체벌금지 두달 교실은 여전히 시끌..자는학생 깨우자 욕을

2010. 12. 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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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과학과목 시험에서 한 아이가 시험지를 받자마자 엎드려 자기에 가서 깨웠더니 제 손을 툭 치면서 욕을 하더군요. 왜 깨우느냐고 하면서요. 30년 교직 생활에서 그런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이대로 5~10년이 흐르면 한국 교실 현장이 어떻게 변할지 걱정스러워요."(서울 은평중 A교사) "체벌금지가 시행된 후 교실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하지만 선생님과 학생 관계가 좀 피상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처럼요."(서울 무학여고 B학생)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10월 5일 전국 최초로 체벌금지와 두발자유 등을 담은 학생 인권조례를 공포한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도 모든 초ㆍ중ㆍ고교에서 체벌금지를 시행한 지 한 달이 훨씬 넘었다. 체벌금지 여파를 고려해 서울시교육청은 문제행동 유형별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매뉴얼까지 내놨다.

그러나 현재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체벌금지를 이유로 교사에게 막무가내로 대드는 학생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부 교사는 학생 인권 세우기에 앞서 교권이 무너지는 현실에 개탄하고 있다.

서울 대방중 한 교사는 "어느 고교에서 한 학생이 잘못을 지적당하며 교사에게 한 대 쥐어박히자 '요즘이 어느 때인데 이러느냐'며 대들었다고 한다"며 "교사가 더 야단치니 이 학생은 '내가 때리기라도 했나. 욕을 했나'라고 맞받아쳤다는데 이를 잘 들어보면 기존에 교사들이 하던 얘기를 학생들이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학교 현실이 이렇다"고 토로했다.

일부 학생 태도는 더 이상 교사가 제어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서울 온곡중학교 한 교사는 "교사가 꾸짖으면 학생은 체벌금지만 믿고 '더 때려보라'고 대들거나 '동영상으로 찍겠다'는 말까지 한다"며 "이런 식으로 교사 생활을 더 지속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드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학생이 교사를 경찰서에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지역 한 고등학교 윤리과목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 매번 지각하는 학생에게 담임교사가 출석부로 머리를 슬쩍 치며 나무랐는데 이 교사는 며칠 후 학교를 직접 찾아온 경찰관들과 함께 지구대로 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교사들도 장기적으로는 학생 인권이 더욱 존중되는 방향으로 교육 현장이 변해야 한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 사이에 체벌에 관한 충분한 대화 기회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벌금지가 강요되면서 교사와 학생 간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

서울 모 외고 한 교사는 "교사와 학생 간에 상호 신뢰가 있으면 체벌금지 같은 규정은 필요도 없을 것"이라며 "교권이 보장되지 않으니 지금 교사들은 인성교육은 고사하고 학생들 입시나 지도하는 도우미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동안 일부 교사의 잘못된 행동이 학생 인권조례 제정이나 체벌금지 시행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학부모 이규열 씨는 "일부 교사의 상식에 벗어난 행동이 학생 인권조례 제정의 빌미가 됐다"며 "이로써 대다수 양식 있는 교사가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인데 지금부터라도 교사와 학생 모두 학생 인권조례나 체벌금지 같은 강제 규정이 필요없다는 인식을 함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말 서울 시내 초ㆍ중ㆍ고교 학생 91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생 35%는 '체벌 전면금지 이전이 더 좋다'고 응답한 반면 '대체벌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이 더 좋다'는 응답은 24.4%였다.

[서진우 기자 / 임영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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