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층엔 '좁은문' 외고생엔 '특별히 넓은문'

2009. 11. 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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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요사립대 '수시 특별전형' 보니이름만 바꾼 외고전형, 총 선발인원의 14~35%

수도권 외고 쏠림에 어문계열 진학도 24% 그쳐

고려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4개 사립대가 2010학년도 수시 1차모집에서 '세계선도인재', '글로벌리더' 등의 이름으로 실시한 특별전형은 외국어고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외고 우대 전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전형의 모집정원은 수시 1차 전체 선발인원의 14~35%에 이른다. 이 전형에 합격한 외고생들은 어문계열보다 비어문계열 지원자가 더 많았으며, 자연계열 합격자도 상당수였다.

외고생에게 특히 넓은 문고려대 등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에는 인색한 반면, 외고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에는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배정했다.

고려대는 수시 1차 선발인원 875명 가운데 '세계선도인재' 전형의 모집정원이 200명으로 22.8%를 차지했다. 연세대는 1397명 가운데 35.5%인 496명을 '글로벌리더' 전형으로 선발했고, 성균관대도 1033명 가운데 22.2%인 230명을, 서강대는 568명 가운데 14.4%인 82명을 외고에 유리한 특별전형에 할당했다.

반면 이 대학들이 실시하는 소외계층 특별전형은 규모가 작다. 고려대는 정원 외 전형인 '교육기회균등' 전형으로 30명을 뽑았다. 연세대는 '사회적배려대상자' 50명을, 서강대는 '사회통합'과 '기회균등' 전형으로 각각 16명·32명을, 성균관대는 '이웃사랑(기회균등)' 전형으로 70명을 선발하는 게 고작이다.

송인수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공동대표는 "주요 대학들이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기회 부여에는 소극적이면서, 가정환경이 대부분 좋은 외고생들을 뽑는 데에는 공을 들이고 있다"며 "대학이 학벌의 대물림에 일조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외고생 쏠림 심각이들 4개 사립대의 특별전형에 합격한 외고생 가운데 80~90%는 수도권 소재 외고 학생들이었다. 고려대의 경우 외고 합격생 가운데 96%, 연세대는 90%, 성균관대는 82%, 서강대는 89%가 수도권 외고 출신이었다. 전국 30개 외고 가운데 수도권에 있는 외고는 16개(서울 6개, 경기 9개, 인천 1개)뿐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각 대학들이 특별전형을 통해 뽑으려고 하는 학생들은 외고 가운데서도 소위 '명문 외고' 출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자연계열 합격자도 상당수특별전형에 합격한 외고생 가운데 동일계열인 어문계열 지원자는 평균 24%에 불과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합격자 96명 가운데 어문계열은 18명으로 18.7%에 그쳤으며, 고려대는 105명 가운데 22명(21%), 연세대는 205명 가운데 52명(25.4%), 서강대는 36명 가운데 12명(33.3%)이었다.

반면 인문계열 중 비어문계열은 평균 61%나 됐으며, 의대 등 자연계열 지원자도 평균 16%였다. 특히 고려대의 경우 합격자 105명 가운데 자연계열 합격자가 37명(35.2%)으로, 어문계열 합격자 22명(21%)보다 더 많았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각 대학들이 겉으로는 '다양한 인재 선발'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계열을 가리지 않고 외고생을 선호하고 있으며, 외고의 목적이 '외국어 영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학'으로 변질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 한겨레 >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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