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교육현장] 새정부 교육정책 무엇이 달라졌나

2008. 9. 1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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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고 300프로젝트… 명문고 부활·평준화 해체 '신호탄'초등생 영어수업시간 확대·국제중 입시전국 초중고 일제고사·고교선택제 실시입시체제화 가속·특정학교 쏠림 불가피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의 교육정책 기조를 뒤흔드는 새로운 정책들을 쉴새 없이 내놓고 있다.

우선 초등생들의 영어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초등 3~6학년의 영어수업시간이 확대되고, 재량활동과 방과후수업을 통해서도 영어학습이 강화된다. 또 대통령까지 나서 없던 일로 하겠다던 영어몰입교육은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을 영어교육에 더 몰입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1개 초등학교를 연구학교로 운영하고 있을 뿐 몰입교육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32개 초등학교가 몰입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생들의 입시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교과부는 글로벌 인재 육성을 목표로 내년 3월 서울 대원, 영훈중 등 2곳을 국제중으로 전환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을 허용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단계 학생부를 중심으로 한 서류전형에서 모집정원의 5배수, 2단계 개별면접과 집단토론을 통해 3배수, 3단계 추첨을 통해 정원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고교 평준화가 사실상 전국적으로 해체되면서, 고입 경쟁 역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2년까지 이른바 우수고교 300개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달 비평준화 지역 82개 고교를 기숙형공립고를 지정하는 등 2011년까지 농산어촌 우수학교를 중심으로 150개의 기숙형공립고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 학교는 교육과정, 학사 운영 등에서 자율성을 보장 받게 되며 교장공모제, 교사초빙제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우수교원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또 2011년까지 미래형 직업분야 전문고교인 마이스터고 50개를 만들고, 2012년까지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 우수학교로의 쏠림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고교서열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특히 서울의 중학교 2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0년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고교에 지원할 수 있는 고교선택제가 실시된다. 2단계에 걸쳐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를 최대 4곳까지 지원할 수 있다.

서울 전체 고교를 대상으로 2곳을 골라 지원하는 1단계에서 20~30%의 학생이 배정되고, 거주지 학군의 2개교를 선택해 지원하는 2단계에서 추가로 30~40%가 배정된다.

2단계에서도 배정 받지 못한 학생은 거주지 및 인접학교를 합친 통합학군 내에서 강제 배정된다. 학교선택권을 높인다는 취지이지만, 강남 명문고 등 특정 학교로의 쏠림 가능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4월 교과부가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일선 학교의 입시체제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0교시' 수업, 우열반 운영, 심야보충수업, 수준별 이동수업, 고교 사설모의고사 등을 허용하고 사교육업체가 방과후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29개 학사운영 지침을 한꺼번에 풀었다.

교과부의 발표 직후 학교를 학원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자 시도 교육감들이 나서 이중 '0교시'와 우열반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말 서울시교육청 조사에서 서울 12개 고교가 '0교시'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초중고 일제고사도 올해 부활된다. 교과부는 초6, 중3, 고1을 대상으로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등 5개 과목에 대한 일제고사를 매년 10월 실시하고, 2010년부터는 학교별 평가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학생들을 우수학력(80% 이상), 보통학력(80%미만~50%이상), 기초학력(50%미만~20%이상), 기초학력미달(20% 미만) 등 4등급으로 나눈다는 방침이다.

학교별 성적공개는 보통학력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3개 등급에 속하는 학생 비율을 공개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사실상 전국적으로 초중고 평준화를 해체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절망하는 학부모자고나면 새로운 정책 나와"학원 보내는 것 외 방법이… "

서울 목동에 사는 이모(44ㆍ여)씨. 중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두고 있는 그는 한 달에 두세 번은 다른 엄마들과 만나 정보를 교환한다. 첫째 아이 초등학교 시절 형성된 모임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국제중이나 자율형 사립고는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도 교육당국이나 학교에서 도대체 교육제도에 대해 제대로 부모들에게 알리는 게 없다"고 성토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파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이씨는 "모임 하나 없는 엄마들의 심정도 답답하겠지만 알아도 참 힘들다. 교육제도 바뀌는 거 따라가기 바쁘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용돌이치는 교육정책을 따라잡느라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우리나라 학부모들에게도 이명박 정부 들어 급변하는 교육정책은 위기로 다가온다. 중학생 딸을 둔 이모(45ㆍ여ㆍ서울 강서구 염창동)씨는 "특색을 살려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만든다지만 결국 예체능보다는 인문계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학교마다 전형 방법이 달라지면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고 일어나면 등장하는 새 학교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보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과거 경험에 근거한 예단으로 이어진다. 목동의 이씨는 "국제중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여론이 대세"라고 단언했다. 염창동 이씨 역시 "엄마들은 대부분 고교선택제가 추첨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시행 초기야 모르지만 결국 성적이 반영되지 않겠냐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그나마 정보 접근이 용이한 일부 학부모들도 고민이지만, 고민이 아닌 절망을 마주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유모(42ㆍ여ㆍ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얼마 전에 아이가 말해줘서 고교선택제가 추첨이라는 것을 알았고 학구 변경도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며 "가게를 하기 때문에 정보도 늦고 학원 보내는 것밖에 해주는 게 없어 아이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손놓은 일선학교"공교육 체계에선 수용 못해"포상 등 공정성 시비 골머리

정부가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잇달아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선 학교들은 "정상적인 공교육 체계에서는 수용할 수 있는 정책들이 아니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중학교 교사들은 정부의 자사고 등 300개의 우수고교 설립 추진 계획에 대해 "진학지도는 학생들이 알아서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게 없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 C중학교 김모 교사는 "고교 입시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인문고 지원자는 야간자율학습 시키고, 예체능 고고 지원자는 학원으로 보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들 역시 영어공교육 강화와 국제중 설립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 한 초등학교 교장은 "왜 영어몰입교육을 안 시키느냐고 항의하는 학부모도 있고, 아이들 영어수준이 천차만별인데 학교가 영어교육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하는 학부모도 있다"면서 "학교로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서울 강남과 목동의 초등학교들은 학교 내 각종 포상, 영재교육원 지원자 선발, 반장과 어린이회장 선거 등의 공정성에 대해 학부모들의 항의와 학부모들간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선 고교 교사들도 고교선택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A고 정모 교사는 "우수 학생들이 상위대학 진학률이 높은 강남으로 몰려갈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단기간에 학교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 걱정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초구 B고 송모 교사는 "학력이나 생활수준이 낮은 다른 지역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일단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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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률 기자 bryu@hk.co.kr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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