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변호사 "변론을 포기합니다"

2009. 5. 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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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 검찰은 수사기록 은닉, 재판부는 은닉 방치- 피고인 방어권 어려워 공정재판 불가

■ 방송 : FM 98.1 (07:00~09:00)■ 진행 : 김현정 앵커■ 대담 : '용산 참사' 피고인 변호인단 간사 권영국 변호사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00일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유족들 보상은커녕 장례식도 못 치르고 있는 상황인데요. 관련된 재판까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어제는 급기야 용산 철거민 측 변호인들이 재판을 거부하고 나섰다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변호를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 직접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진행

변호인이 재판을 거부했다는 게 언뜻 이해가 안 가는데요.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 권영국

지금 검찰이 수사기록을 상당 분량 은닉하고 있고 재판부에서 그 은닉상태를 방치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수사기록이 전체적으로 공개가 돼야 피고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방어권이 행사가 될 수 있고, 또 실제로 이 사건의 실체진실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는 변론을 할 수 없다, 이런 입장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래서 변론중단을 선언하신 거군요?

◆ 권영국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검찰이 수사하고 나면 기록을 당연히 재판에서 다 제시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것을 의도적으로 숨길 수 있는 건가요?

◆ 권영국

지금 개정된 형사소송법에도 피고인이 사실상 법률상 주장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서류가 피고인 교부신청을 하면 물론 1차적으로 거부는 할 수 있지만. 그런데 1차적으로 거부를 했고. 그래서 다시 법원에 허용 결정을 신청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법원에서도 양쪽 의견을 듣고 변호인단이 신청한 수사기록을 허용하라, 공개를 허용하라는 명령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기록을 계속적으로 거부하는 있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거부를 해도 되는 건가요? 그렇게 법원에서 공개를 하라고 했는데도?

◆ 권영국

결국 우리 법치국가에서 법치주의 최후 보루는 사법부입니다. 법원의 결정이나 명령을 듣지 않으면 그것은 사실 법치주의 자체를 완전히 묵살하거나 위기상태로 빠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검찰은 굉장히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분량이 얼마나 됩니까?

◆ 권영국

저희들이 판단하기로는 원래 1만 페이지 이상이 전체 수사기록 페이지 수인데요. 그 중 저희들이 7천여 페이지 조금 더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한 3천여 페이지, 즉 3분의 1가량이 여전히 비공개 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어떤 내용인지, 비공개면 전혀 모르시는 건가요? 아니면 대충 짐작하고 계시는 건가요?

◆ 권영국

검찰이 법원의 허용 결정 이후에 자신들이 신청한 증인들 때문에, 증인으로 신청하면 증인이 수사단계에서 진술한 서류들이 있습니다. 이 서류를 제출해야만 증인 신청이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도리 없이 추가로 제출한 서류를 저희들이 분석해 봤는데, 거기에는 공소 사실과 모순되는 진술이 상당수 있고.

◇ 김현정 / 진행

예를 들면 어떤 건가요?

◆ 권영국

우선 가장 문제가 됐던 '4층에서 3층으로 불붙은 화염병을 던져서 3층에서 발화가 됐다' 이렇게 공소 사실은 되어 있는데요.

◇ 김현정 / 진행

그러니까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에서 발화가 됐다' 그 부분이요?

◆ 권영국

그렇죠. 그런데 특공대가 그 부분에 대해서 진술하고 있는 것은 모순되게도 '3층에서 2층으로 던져서 불이 붙었다' 또는 '1층 모퉁이에서 불이 붙었다' 이렇게 공소 사실하고 모순되는 진술들이 있고.

또 검찰에서는 '망루 안에서 철거민들이 굉장히 많은 수의 불붙은 화염병을 던졌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거기 실제로 투입되었던 경찰 특공대원 중에는 '자기가 올라갔을 때 내부에서 화염병 던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런 진술도 나오고요.

또 검찰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왜 처음에는 망루 내의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보았다는 진술을 하고 있지 않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 특공대의 진술이 대동소이해서 일치해 가느냐?' 라는 질문을 던지니까 거기에 투입되었던 대대장이 '처음에는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들이 경험한 정도에서 얘기했겠지만 이게 나중에 언론보도 되고 하니까 서로 상황을 공유하고 말을 맞추는 형태로 진술한 것이 아니겠느냐?' 라는 식의 진술이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아 그렇게 기록이 되어 있군요. 이런 게 지금 다 비공개가 됐다는 말씀이시군요?

◆ 권영국

그렇죠. 원래 이 부분도 처음부터 은닉을 하려다가 자기들이 신청한 증인 때문에, 그 증인으로 신청하기 위해서는 진술서류가 반드시 나와야 되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그래서 할 수 없이 추가로 나온 부분.

◆ 권영국

네, 그래서 그 부분에 보니까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3천 페이지 전혀 공개되지 않은 부분에는 또 무슨 얘기가 있는지 알 수 없단 말씀이세요?

◆ 권영국

저희들이 제일 주요하게 보는 것은 검찰수뇌부의 수사기록이 전면적으로 다 비공개가 되고 있고, 철저하게 공개가 거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진압작전을 결정한 그 당사자는 경찰수뇌부거든요. 김석기 경찰청장을 비롯해서. 이런 사람들의 진술이 완전히 지금 차단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다 3천 페이지 공개 안 된 것 안에 그런 분들 진술이 들어 있군요?

◆ 권영국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검찰 쪽 입장을 제가 대변을 해 보자면 '사건 관계인의 명예를 훼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 이것은 형사소송법 및 검찰 사무규칙에 위배된다' 이렇게 설명하면서 공개를 안 합니다.

◆ 권영국

그렇게 얘기하는데요. 형사소송법에 물론 국가안보나 증인보호의 필요성이나 증거인멸의 우려, 이런 것들이 있으면 제출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거부하고 있는 이유를 저희들이 철저하게 분석을 해 봤는데, 수사기록 내용 중에는 사건 당일의 사건 경위나 이런 것들을 조사한 것이지, 사건 관계인의 재산관계라든가 사생활이나 이런 것들을 조사한 것은 없어요.

◇ 김현정 / 진행

명예보호 이럴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 권영국

네, 전혀 관계없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검찰이 만약 끝까지 자료공개를 거부하면 재판을 포기하실 생각이세요?

◆ 권영국

실제로 한 번 생각해 보시면요. 3분의 1 정도가 공개가 안 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공정한 재판의 조건 자체가 상실된 상태거든요. 이 상태에서 변호인들이 변론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상태 아닙니까?

이것은 결국 피고인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변호인들 스스로 못 받게 하는, 만약 여기 재판에 그대로 참여한다면, 피고인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변호인도 같이 일조를 하게 되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재판부에서는요. 다음 공판 일까지도 변호인들이 출석거부하면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서라도 재판을 그대로 끌고 가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철거민들이 더 불리해지는 거잖아요. 변호사님 다 빠져 버리고 나면?

◆ 권영국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진실은 밝혀야 되고. 피고인도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자기들이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할 때 진실이 가려진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

이것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피고인들에게도 유리한 것은 이 전체의 진실, 이것들이 밝혀진 상태에서의 재판, 지금 현재의 재판이 끝나더라도. 그러나 그 진실이 밝혀지는 때 까지는, 그것이 밝혀진다면 피고인들이 훨씬 더 좋은 상태가 될 것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지금 청취자분이 기본적인 질문인데 헷갈려서 질문 드린다고 하면서 문자를 주셨어요. "왜 철거민들이 희생자 같은데 피고발인이 됐나요? 고발을 당했나요?" 하셨네요?

◆ 권영국

이게 검찰수사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됐는데요. 진압을 들어갔던 특공대 1명이 사망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 나머지 철거민 5명이 사망 했거든요? 그러면 이 철거민의 사망에 대해서는 경찰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도 묻고 있지 않습니다. 대단히 편파적인 수사로 일단락이 된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몇 분이 고발 당하셨어요?

◆ 권영국

구속자가 6명이고 불구속자가 18명으로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시간이 별로 없지만 한 개만 질문 드릴게요. 3월에 국민 참여재판을 하기로 했다가 이게 무산됐죠. 이건 어떤 이유였습니까?

◆ 권영국

검찰이 61명의 증인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이 증인 증거조사를 하려면 한 20여일이 예상됐는데 결국은 일반 생업에 종사하는 배심원들이 20일 이상 재판에 참여하는 게 불가능하죠. 결국 검찰이 국민 참여재판이 불가능하도록 증인을 신청해 버림으로써, 재판부는 결국 국민 참여재판을 포기하게 된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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