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탈레반' 맞나? 경찰, 증거 못찾아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된 '탈레반' 의심자 파키스탄인 ㅇ씨(31)를 간첩 등의 혐의로 추가 조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ㅇ씨는 2003년 8월부터 최근까지 대구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성직자인 '이맘'으로 활동, 탈레반에 국내 미군기지 등의 첩보를 수집해 보내고, 이슬람권 출신 유학생들에게 설교하면서 '성전(지하드)'을 찬양하고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ㅇ씨는 2001년 9월 처음 한국을 찾은 뒤 불법 체류를 하다가 2003년 6월 자진 출국했다. 이어 두 달 뒤인 8월 대구 이슬람 사원 측의 종교인 초청비자 자격을 얻어 형인 ㅈ씨(36) 명의의 '위명여권'을 갖고 재입국한 뒤 최근까지 한국과 파키스탄을 17차례 오가며 성직자로 활동했다. 2008년에는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가 "ㅇ씨가 위명여권을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했지만 그는 파키스탄 정부가 공식 발급한 본인의 사망증명서를 제출해 풀려났다. 지난해에는 건설중장비를 파키스탄에 밀수출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풀려나기도 했다.
경찰은 ㅇ씨의 간첩혐의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ㅇ씨 주변 파키스탄인들로부터 "탈레반 활동을 했었다고 말하고 다녔다" "설교할 때 탈레반을 찬양하고 성전을 부추겼다" 등의 진술만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은 ㅇ씨의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에서도 간첩활동을 입증할 자료를 아직 찾지 못했다. 한 언론에서 'ㅇ씨가 미 중앙정보국(CIA)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고 보도한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주변 진술만 믿고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평소 본인을 탈레반이라고 하고 다녔다는 점 △본인뿐 아니라 부인과 자녀 등 7명의 가족과 함께 2003년부터 한국에 거주해왔다는 점 △성직자로 한 종교관계 언론사와 인터뷰하는 등 공개적으로 활동해온 점 등을 고려할 때 그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지만, 탈레반으로 간첩활동을 했을지 여부는 의문점도 많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G20 개최를 앞두고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테러에 대비해 철저하게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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