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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만에 포기 속출 ‘희망 없는 희망근로’

경향신문 | 박태우·배명재·박용근기자 | 입력 2009.06.09 18:23

 




정부의 희망근로프로젝트(희망근로)에 참여한 정모씨(55·대구 태전동)는 일 시작 1주일 만에 희망근로를 포기했다. 정씨는 "전공을 살려 전산 관련 분야 일을 신청했지만 등산로 정비 등에 배치되면서 일할 의욕이나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모씨(62·광주 북구)도 5일 만에 희망근로를 그만뒀다. 김씨는 "청소일을 하되 집과 먼 지역에서 하길 원했지만 우리 동네로 배정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저소득층 일자리제공 등을 위해 추진 중인 희망근로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성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초기부터 포기자가 늘어나고, '시간 때우기식'으로 변질되는 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에서 25만8043명이 희망근로에 참여했으나 사업시작 8일 만인 8일 현재 1만6037명(6.2%)이 희망근로를 포기했다. 대구시는 1만3564명이 참여했으나 9%가 넘는 1271명이 그만뒀다. 경기도의 경우 11%에 이르는 6443명이, 전남과 광주·부산도 각각 1022명, 658명, 1475명이 포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장에선 무단 결근자가 예상외로 많아 포기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중도포기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정부가 일선 지자체의 준비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불과 1개월여 만에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달 초 행안부 지침을 받아 사업발굴·참가자 선발·현장투입을 한 달 만에 추진하다 보니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참여자들의 적성을 살리고, 희망업종을 배려하는 등의 행정은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일 희망근로를 포기한 이모씨(58·대구 상인동)는 "신청서에 일할 분야를 표기토록 돼 있었으나 주민센터 직원이 비워 놓으라고 했다"며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첫날 출근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일 내용도 '시간 때우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모씨(57·전주시)는 "1주일로 잡힌 작업량을 하루 만에 마치자 감독관이 일을 열심히 하지 말라고 질책까지 했다"며 "놀고먹는 일이라는 말까지 나돌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솔직히 현장은 전담인력 부족 등으로 준비도 제대로 안 됐는데 정부는 빨리빨리만 외쳤다"고 비판했다.

급여의 약 30%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데 대한 지적도 계속 나온다. 김정순씨(70·전북 전주시)는 "노인이 매달 재래시장에서 20만원어치나 살 일이 뭐 있느냐"며 "다들 형편이 어렵고 현찰이 급한 사람들인데 현금으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희망근로가 농번기에 시작되면서 일손이 부족한 농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박근석씨(67·나주시)는 "희망근로 쪽으로 사람이 몰리면서 일당을 1만원 더 준다 해도 일손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도포기자는 주로 노인층이며, 대기자들을 투입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드러나는 부분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박태우·배명재·박용근기자 taewo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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