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의한 근대화' 교과서에 넣자 했다

입력 2011. 9. 27. 08:30 수정 2011. 9. 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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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현대사학회

3·1운동-임시정부 정통성 부정

"유엔 도움으로 건국" 수정 건의

'2009 개정 역사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모두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친 한국현대사학회가 교육과정에 '식민지 근대화론'도 포함시키자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회는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외면한 채, 우리나라가 유엔의 도움으로 세워졌다는 점을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26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유정 민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역사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한국현대사학회의 건의안'을 보면, 이 학회는 역사교육과정에 '일제에 의한 근대적 제도 이식' 관련 내용을 넣어 달라고 요구했다.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 개정안에는 '일제 강점기 일제의 통치정책을 파악하고 이에 맞서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전개된 민족운동의 흐름을 파악한다'고 돼 있는데, 여기에 '근대적 제도의 이식 과정과 우리 민족의 수용'을 끼워넣고 '지속적으로'라는 말은 삭제하자는 의견을 낸 것이다. 이 건의안은 교육과정 각론 고시를 20일가량 앞둔 7월 중순 교과부와 국사편찬위원회 등에 제출됐다.

또 이 학회는 고등학교 <한국사>의 '일제의 식민통치 방식의 변화와 경제수탈 정책의 내용을 파악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식민지배에 의한 근대적 제도의 이식 △그것이 해방 이후 역사 전개에 미친 영향을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일제의 강점과 이에 맞선 민족운동'을 중심으로 서술된 근대사 교육과정을 '일제에 의한 근대화와 그 영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중학교 <역사>의 '대한민국 정부는 3·1 독립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였음을 이해한다'는 부분도 '유엔의 도움을 받아 건국하고 공산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였음을 이해한다'로 바꾸자고 이 학회는 건의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검토의견에서 "임시정부의 정통성은 헌법에 명기된 내용"이라며 수용 불가 의견을 내놨으나, '유엔의 도움', '공산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부분에 대해선 "교과서 집필기준 작성 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근대적 제도 이식' 부분은 "내용 요소가 다르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현대사학회의 요구는 개항과 일제 강점기에 대해 자본주의 수용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하고 있다"며 "그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성과를 축소하고 반공을 강조하려는 것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유정 의원은 "교과부는 한국현대사학회의 역사관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의 의견만 수용했다"며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려는 이유와 맥락은 무시한 채 정권 입맛에 맞는 교과서만 만들면 된다는 태도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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