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4.0] 선진국엔 '지방대'라는 말도 없어

김연주 기자 2011. 8. 1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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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따른 서열화 상상도 못해

베스트셀러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49)씨는 강의실에 빈자리가 없는 인기강사였다. 그러나 수도권대 출신이 아니라는 멍에를 벗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영어회화 강의 테이프를 녹음하다 제작사가 갑자기 "계약을 못 하겠다"고 해 녹음을 중단한 적도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유는 '학생들에게 인기 없는 대학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성적으로 우리를 판단하지 말라'는 학생들조차도 지방대 를 가기 싫어하고 지방대 출신을 낮춰보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학교가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대학생 중 76%(105만4378명·2010년 4년제 기준)인 지방대생들이 차별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 진짜 실력은 수도권보다 앞서는 대학이 많다.

예컨대, 경북대 와 부산대 는 본지와 영국 의 대학평가기관 QS가 실시하는 '2011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서울 지역 주요 대학들을 제치고 각각 61위·66위에 올랐다. 그러나 입시생들이 참고하는 '대입 배치표'에선 아래쪽에 처져 있다.

부산의 한 여고 이모(55) 교사는 "뛰어난 학생들이 지방대라고 차별받는 걸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해 학교를 옮기려는 지방대생들도 많다. 부산 지역 국립대 3학년 김모(23)씨는 휴학하고 서울에 올라와 편입 준비를 하고 있다.

김씨는 "나도 공부 잘했지만 국립대학에 갔는데 서울에서 생활비를 한 달에 200만원씩 쓰면서 새벽부터 심야까지 공부하는 지금은 울화가 치민다"며 "서울지역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데 지방대 출신을 잘 받아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외국에는 '지방대'라는 말 자체가 없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일본 홋카이도대 스즈키 아키라(81) 교수는 학부부터 석·박사 과정까지, 교수직도 모두 홋카이도대에서 마쳤다. 홋카이도는 수도 도쿄에서 약 1200㎞ 떨어진 곳이다.

프랑스 , 독일 등 유럽 대학들도 지역에 따른 서열화는 상상도 못 한다. 프랑스의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꼴'도 전국에 200여개가 고루 분포해 있고, 수도 파리에 있는 그랑제꼴이 각 학문을 세분화해 지역에 캠퍼스를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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