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라도 무릎 꿇겠다" 김여진 '내 마음이 들리니'

2011. 6.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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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찰 출석 요구에 기자회견에서"고공크레인에 있는 이가 무사히 내려온다면…"

"법적 조치 달게 받겠습니다.하지만 만나러 가는 일을 그만 둘 수 없습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님, 저는 정말 당신 앞에 아흔아홉번, 아니 구백구십번, 구천구백번이라도 무릎을 꿇을 수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제발 그 사람 다치지 않고 내려올 수 있도록 대화해주십시요."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버스'의 한진중공업 노조 파업 지원과 관련해 경찰의 출석 요구서를 받은 배우 김여진(38)씨는 15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앞에서 희망버스 참가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조 회장에게 대화로 사태를 해결해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그 사람'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 85호에서 15일 현재 161일째 사쪽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장기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다.

 12일 새벽 김 위원과 희망과 연대의 대화를 나눈 김씨는 "트위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그는 제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뛰어난 유머감각을 갖고 있고, 매력적인 분"이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이어 "그분에게 어떤 일이 생긴다면 저 역시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날 솔직하게 그만 내려오시라고 조르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그분은 죽어간 세 사람의 동지와 지금 해고를 당하고 있는 동료들 때문에 아흔아홉번 쓰러지더라도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권에게도 사태해결을 호소했다.

 "한 사람이 160일 넘게 혼자서 고공에 있어요. 어떻게든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오신 분입니다. 18살 버스 안내양부터 안 했던 노동이 없던 사람입니다. 왜 그런지 무엇 때문에 그러고 있는지 제발 관심을 가져주세요."  

 김씨는 경찰의 소환조사에 대해 자진출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찰은 애초 김씨의 소환조사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으나 한진중공업쪽에서 김씨 등 5명을 집단 건조물침입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15일 김씨 등에게 출석요서를 보냈다.

"저에게 법적 조처가 내려진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법을 어겼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을 그만 둘 수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도, 그 사람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트위터리언들도 제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은 너무나 큰 상처입니다. 제발 막아주시길 바랍니다."

박현정 기자, 김도형 기자 트위터 @aip209

김여진 기자회견 발언 전문

트위터를 통해서 오늘로 161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님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분에게 반했습니다. 제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뛰어난 유머감각을 갖고 계시구요, 정말 매력이 있는 사람이어서 전 트위터를 통해서 그 사람과 친구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이 걱정됐습니다. 아마 희망버스를 타고 갔던 많은 분들이 그런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이 160일 동안 고공에 매달려 있었는데, 그걸 누군가는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분은 자기 스스로 문을 부수고 올라간 분입니다. 스스로는 내려가실 수가 없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그날 저는 조르고 싶었습니다. 그만 내려오시라고. 만약 그분에게 어떤 일이 생긴다면 저 역시 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죽어간 세 사람의 동지와 지금 해고를 당하고 있는 그분들, 그 동료들 때문에 아흔아홉번 쓰러지더라도 무릎 꿇을 수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요, 저는 그분을 위해서 무릎 꿇을 수 있습니다. 아흔아홉번 아니, 구백구십번, 구천구백번이라도 조남호 회장에 무릎 꿇을 수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제발 그 사람 다치지 않고 내려올 수 있도록 대화해주십시오. 저는 그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그날 아침 용역들이 거기에 있는 조합원들을 방패로 찍고 때리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가서 말려야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정말로 조남호 회장이 거기 오시길 바랐습니다. 와서 사람들 때리지 말라고, 우리 회사를 같이 만든 회사의 주인이라고 말해주시길 바랐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진숙씨가 무사히 내려오시길 바랍니다. 조남호 회장님, 저는 정말 당신 앞에 몇 십번 몇 천번 무릎을 꿇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대화해 주십시오. 하고 싶은 말은 그것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제발 관심을 가져주세요. 한 사람이 160일이 혼자서 고공에 있어요. 어떻게든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오신 분입니다. 18살 버스 안내양부터 안 했던 노동이 없던 사람입니다. 왜 그런지 무엇 때문에 그러고 있는지 제발 관심을 가져주세요. 정치 하시는 분들, 대통령 각하 부탁드립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십시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할 겁니다. 저에게 법적 조치가 내려진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법을 어겼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을 그만둘 수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도, 그 사람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트위터리언들도 제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은 너무나 큰 상처입니다. 제발 막아주시길 바랍니다.

홍대부터 한진중공업까지 한달음에 달려가는 '큰 날라리'를 만나다

"무모한 일?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배우입니다"

 "보여요?"(여진)

 "다들 멋지다!!!"(진숙)

 "정문쪽 길 건너편에 있어요.… 둘이서 얘기나 했음 좋겠어요!"(여진)

 "당신이랑 있으니까 좋다. 진짜 좋다!"(진숙)

 살짝 훔쳐본 김여진씨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창에는 '희망 버스' 인파가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지척에 닿았던 12일 새벽 1시께부터 오전 11시40분께까지, 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나눈 메시지가 빼곡했다.

 한 사람은 35m 크레인 꼭대기 "한 평 남짓한 철판"에서 밑을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한 사람은 멀찍이 조선소 정문 밖에서 안으로, 다시 크레인 철계단으로, 점점 다가갔다. 물리적 거리 탓에 파묻히는 입 말 대신 트위트(트위터에 올린 글)와 문자메시지가 교감과 연대의 도구였다.

 배우 김여진씨가 부산 한진중 파업현장 앞에 닿은 건 전날인 11일 저녁 8시 반.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촬영이 끝나자마자 기차를 타고 달려왔다. 정문 앞, 경찰에 에워싸여 발을 동동거리다 새벽 1시께 희망버스 인파에 힘입어 조선소에 들어갔다. 오전 10시40분께 시위현장을 나온 김씨는 한 시간 뒤 경찰에 연행됐다. 이런 여정은 8만9천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그의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고, 한진중 문제는 '리트위트'를 통해 퍼져나갔다.

 올 1월 홍대청소노동자의 해고 철회 투쟁에서부터 6월 등록금 투쟁과 한진중 노동자 투쟁까지 뜨거운 시위현장에서 전방위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씨. 12일 영도경찰서에서 훈방조처된 뒤 서울로 돌아온 김씨를 13일 밤 홍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손 씻을 공간이 필요합니다" 듣고 홍대로

 다양한 (정치) 성향을 지닌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배우로서 김씨의 행보는, 지난 4월10일 파업농성장을 찾은 그를 두고 김 위원이 걱정했듯이 "몹시 무모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김씨는 "배우이기 때문에 (외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대답했다.

 "저는 배우잖아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고 이해하고. 그 일로 십수년 밥을 먹어온 사람이에요. 저는 공감하는 것이 기술인 사람입니다. 어떤 마음일까. 조금만 상상해 보면 마음이 아파서 가만 있을 수가 없어요."

 "다들 멋지다"는 김 위원의 문자메시지는 김여진씨와 '날라리 외부세력'을 두고 한 말이다. 12일도 30여명이 함께했다. 이 '외부세력'은 올 1월 초 김씨가 홍익대 청소노동자 농성에 동참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꾸린 '트위터 당'이다. 10대에서 60대까지 250여명, 학생, 출판인, 의사, 약사, 자영업자, 주부 등 직업도 다양하다. 트위터당이란 이름도 김씨가 지었다. "현장에만 가면 외부세력은 나가달라고 하잖아요. 그래요, 우린 외부세력인데, 그 분들 편을 들겠다는 겁니다."

 김씨는 "손 씻을 공간이 필요합니다"라는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접하는 순간, 그 농성장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는 대사 한 마디에서 지나온 삶을 이해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손도 못 씻고 버스 타고 집에 가고. 하루 11시간 노동에 월급 80만원도 못 받으면서, 남들이 어지럽혀 놓은 것 치웠잖아요. 손 씻을 공간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잖아요."

"어디신가요?" "호송차 안 (^^)."

 그는 한진중 해고 노동자들의 생존투쟁에 함께하는 까닭을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사람이 150여일째 고공에 매달려 있어요. 왜? 그 사람의 인생과 절박함에 대해 저는 궁금해요. 그 분은 혼자가 아니라 172명 한진 해고노동자를 위해서 거기 있는 겁니다."

 그는 10분을 찍으려고 10시간을 기다리는 직업이 배우라고 했다. 기다리는 시간에 트위터를 했고, 김 위원은 그의 '트위트 친구'다. 두 사람의 이날 마지막 문자는 김씨가 경찰에 연행되던 중에 송수신됐다. "어디신가요?" 35m 공중에서 김 위원이 물었다. "호송차 안 (^^)." 김 위원의 답신은 "홧팅! 웃으며, 함께, 끝까지!"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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