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역엔 총신대 없다' 역이름의 속사정

이지헌 2011. 2. 5.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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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이정표 역할..쉽게 못 바꿔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사람 이름이 일단 호적에 올라가면 여간해선 바꾸기 쉽지 않다.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다 개명에 따라 사회적 혼란이 일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이름도 비슷한 면이 있다.

최근 서울시 민원게시판에는 4호선 총신대입구역의 역명을 이수역으로 바꿔달라는 시민의 요구가 올라왔다.

총신대는 4호선 총신대입구역보다 7호선 남성역에 더 가까워 방문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고 4호선 역명(총신대입구)과 7호선 역명(이수)이 달라 환승객에게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변경을 요청하는 취지였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답변은 한마디로 `변경 불가'였다.

◇역명 개정 어떻게 = 5일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시는 자치구 의견과 지하철 운영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시 지명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역명 개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앞서 자치구 의견은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과 자치구 지명위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역명이 일단 제정되고 나면 역사성과 상징성, 지속성을 지닌 고유명사가 되기 때문에 서울시는 역명 변경을 원칙적으로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공사업이나 대규모 도시개발 등 현격한 환경변화가 있거나 역명으로 사용되던 건물이 사라지는 등 합리적 이유가 있을 때는 변경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개명 거론 단골역 = 4호선 총신대입구역은 총신대와 거리가 7호선 남성역이나 숭실대입구역보다도 멀어 개명 대상 '1호'로 꼽혀왔다.

총신대입구역은 1983년 이수역으로 제정된 이후 1985년 총신대입구역, 1997년 이수역으로 개정됐다가 2000년 지금 이름으로 재개정되는 등 숱한 변화를 겪어왔다.

역명이 10여년간 계속 사용돼 시민에게 익숙해진 만큼 다른 이름으로 다시 바꾸면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대에서 1.5㎞나 떨어진 서울대입구역을 비롯해 숙대입구역, 성신여대입구역도 이미 그 지역을 상징하는 이정표가 됐기 때문에 바꾸지 말자는 결론이 났다.

남한산성입구역도 역 앞에서 남한산성까지 버스노선이 없는데다 택시로 20분이나 더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대로 쓰이고 있다.

◇어떤 경우에 바뀌나 = 모든 역명 개정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역명에 쓰인 대상물이 사라진 경우가 그렇다.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함에 따라 2ㆍ4호선 동대문운동장역은 2009년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변경됐다.

대규모 개발이나 시대변화를 반영해 바뀌는 경우도 많다.

2호선 구로공단역이 2004년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1호선 가리봉역이 2005년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6호선 수색역이 2009년 디지털미디어시티역으로 개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잠실나루역으로 개칭한 2호선 성내역과 같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역명 개정에 나선 사례도 있다.

그러나 '성내역점'처럼 역 이름을 따 지은 점포명을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등 불가피한 피해도 뒤따른다.

서울시는 역명 변경에 따른 각종 표지판과 안내방송 변경 작업으로 1개 역당 약 1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최근에는 대학이나 구청, 중앙정부 등에서 학교명, 구청명, 지역 문화재 등을 역명에 병기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시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되도록 보수적으로 결정하고 있지만 필요한 경우 의견수렴을 거쳐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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