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폭행피해 초등생 "재미없게 살겠네.."

2010. 7. 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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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고 정 많던 아이'..극도의 불안 증세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그렇게 쾌활했던 아이가 밤새 무서워하면서 잠도 못 이뤘어요."

지난 2일 대구에서 발생한 성폭행사건의 피해자 A(13.초등 6년)양을 돌보고 있는 모 아동센터 시설장 B(52.여)씨는 A양이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B씨에 따르면 A양이 성폭력을 당했을 때는 오후 4시가 조금 안된 시각으로 당시 A양은 자신의 집에서 더위 때문에 문을 열어놓은 채 컴퓨터로 음악을 듣는 중이었다.

당시 별다른 인기척이 없어 A양은 그저 옷이 스치는 소리밖에 듣지 못했고 성폭행범과 맞닥뜨렸을 땐 놀라 손으로 범인을 때리기도 했지만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화를 당했다.

이후 A양은 충격에 빠진 나머지 가까이 사는 친구를 불렀고 친구는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자매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평소 잘 아는 B씨에게 이를 알리기로 했다.

연락을 받은 B씨는 오후 5시께 지역아동센터에서 저녁을 준비하다 달려나오면서 길목에서 서로 만나 자초지종을 듣고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B씨는 "경찰과 함께 병원으로 가는 동안 A양은 계속 제 손을 놓지 못하고 벌벌 떨면서 울었다. 범인이 누군지 물어봤으나 '아무것도 모르겠어요.'라며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B씨는 이날 A양과 함께 병원에서 밤을 지새웠다.

B씨는 "A양을 알게 된 지 한 달 반 정도 됐는데 엄마가 없지만 명랑하고 정이 많아서 특히 관심을 두는 아이였다. 수학은 늘 100점을 맞을 정도로 잘하고 좋아했다. 보통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갔다가 아동센터에 들러 식사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나중에 집에 자러 가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또 "아이가 워낙 효녀라 혈압이 있는 아빠가 이 소식을 알면 큰일 날 수 있다며 알리기를 꺼리기도 했다."라고도 했다.

B씨는 "평소 A양에게 성교육을 해주면서 위기 순간에 고함을 지르라고 일렀는데 너무 놀라서인지 실제 그렇게는 못한 것 같았다. A양이 당시 상황을 떠올리지 못하고 언급하기 꺼리는 점에서 혹시 범인이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래도 범인이 잡히면 어떻게 할 거냐고 A양에게 물었더니 '처벌해야지요.'라고 답하긴 했는데 이번 일로 '이제 재미없게 살겠다.'라고 말해 가슴이 아팠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A양은 사건 당일 저녁부터 병원에 있으면서 치료와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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