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민심 몰랐다" 뼈저린 공개 반성문

입력 2010. 6. 5. 13:38 수정 2010. 6. 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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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서울신문, 여론조사 예측 실패 '자성'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언론종사자 입장에서 이번 지방선거 여론조사 예측 실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이충재 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

"이변? 그런 것은 없습니다. 기자들이 유권자들과 철저하게 유리돼, 민심을 몰랐을 뿐입니다."(이도운 서울신문 정치부장)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와 선거 결과가 극심한 차이를 보인 것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공개적인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언론 스스로 민심을 왜곡해 전달해 놓고도 정치권의 자성만을 촉구하는 언론 행태에 대한 풍자도 나왔다.

이충재 편집국 부국장은 한국일보 5일자 칼럼 < 숨은 20%의 진실 > 에서 "민심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비쳐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전했다.

▲ 6월5일자 한국일보 칼럼.

그는 "선거 전 언론들이 연일 쏟아냈던 여론조사 분석과 실제 결과의 차이를 보고 국민들이 느꼈을 황당함과 분노에 대한 보상 차원의 면구스러움에서만은 아니다"라며 "섣부른 판세 단정으로 승자에 지지가 쏠리도록 한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를 유도하고, 야권 지지층의 투표 의지를 꺾지 않았는가 하는 뒤늦은 자기반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충재 부국장은 "투표 일주일 전 마지막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 지지율 변화가 20%포인트에 달한 것은 여론조사가 엉터리였다는 사실 말고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며 "유권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투표에 혼란을 끼친 점은 뼈저리게 자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국장은 여론조사 오류 배경으로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 위축을 주목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표현의 자유를 구가해온 젊은이들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자기 표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결국 이와 같은 엉터리 여론조사가 나오게 된 것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프랭크 라 뤼 유엔특별보고관의 우려 △미네르바, PD수첩 기소 등을 지적했다.

▲ 6월5일자 서울신문 6면.

서울신문은 이날 6면 전면 기사 < "이변은 없다… 기자들이 민심 몰랐을 뿐" > 에서 이번 선거 취재를 한 기자들의 소회를 생생하게 담았다. 주목되는 점은 상당수 기자들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을 밝힌 점이다.

이도운 정치부장은 "선거가 끝나고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이변'이 발생했다고 기사를 쓴다. 이변? 그런 것은 없다"라며 "기자들이 유권자들과 철저하게 유리돼, 민심을 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그걸 알고, 또 반성을 하면서도, 기자들은 취재원 중심의 기사 작성을 좀처럼 포기하지 못한다"라며 "거기에 언론의 한계가 있는 것일까요"라고 되물었다.

이창구 기자는 "민심 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달 23일 봉하 마을 취재를 간 그는 "전문가들은 노풍이 투표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저 역시 그렇게 기사를 썼다"며 "여론조사 기사가 나간 뒤 인천에 사는 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 따졌다. 자기 주변 민심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왜 여론조사는 정반대로 나오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정교하지 못한 여론조사는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며 "현장을 읽고 해석하는 것은 정치인보다 기자에게 더 절실한지도 모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 6월5일자 한겨레 만평.

홍성규 기자는 "'눈높이를 맞추자.' 6·2 지방선거에서 새긴 교훈"이라며 "빗나간 여론조사의 공이 컸다"고 밝혔다. 홍 기자는 "대신 르포에서 읽은 민심의 '눈높이'를 되짚어 드리겠다"며 향후 민심을 읽는 보도를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한겨레 장봉군 화백은 이날 만평에서 민심을 읽지 못한 언론을 풍자했다. 경향은 이날 사설 < '여론조사 정치'의 위험성 > 에서 "앞으로도 지지율이 주는 착시현상에 속아 잘못된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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