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아들 때려 죽게 한 계모, 항소심서 고작 징역 1년6월

2009. 10. 6.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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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감형… 아동 대상 범죄 '솜방망이 형량' 논란 가열

다섯 살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학대치사)로 기소된 계모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선고형량(징역 3년)을 절반으로 낮춰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나영이 사건'으로 아동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센 가운데 또 한번 관대한 처벌이 내려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평소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체벌을 받았던 안모(5)군은 올해 3월 초 방안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계모 최모(37)씨가 밥을 주지 않아 세끼를 모두 굶었다. 다음 날 안군이 또 방에 소변을 보자, 최씨는 아침밥을 굶긴 채 소변이 묻은 내복만 입혀 맨발로 베란다로 내보내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20분까지 벌을 서게 했다. 당시 바깥 온도는 영상 5도 안팎의 매우 쌀쌀한 날씨였다.

최씨는 안군이 3시간 넘게 벌을 서도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자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 등을 20여 차례 무차별 가격했다. 저체온증에 시달리던 안군은 최씨의 구타까지 이어지자 이상증상을 보였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외상에 의한 2차쇼크 및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4월 최씨를 학대치사 혐의로, 안군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학대를 묵인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사건 전날 안군의 아버지는 다른 자녀와 함께 찜질방을 가며 "잘못했다고 말하기 전까지 밥을 주지 말라"고 최씨에게 말하는 등 평소 안군에 대한 학대를 용인해왔다.

검찰은 최씨에게 징역 7년을, 안군의 아버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최씨와 안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사리분별을 하지 못하고 육체적 고통을 견디는 능력도 없는 다섯살 어린 아이를 학대해 사망케 한 행위는 엄히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죄를 뉘우치고 범죄 전력이 없다는 사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형법상 학대치사의 경우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지만 정상을 참작해 최저 형량에 가깝게 선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씨는 징역 3년도 가혹하다고 항소했다. 반면 검찰은 구형량에 한참 못 미치는 형량이 선고됐는데도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이 안이하게 공소유지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이 상소하지 않으면 원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강원)는 최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최씨는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애정으로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피고인이 아들을 다섯 끼나 굶기고 구타해 사망하게 한 점은 엄벌해 마땅하지만, 안군의 할머니와, 함께 기소된 아버지 등 가족들이 선처를 바라고 있다"고 감경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법관들이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만 보는 보수적 사고방식에 사로 잡혀 사망한 아동의 인권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도"피해자 가족이 선처를 바란다지만, 피고인이 피해자 가족인데 이를 이유로 감경한 것은 지나치게 관대한 결정인 것 같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유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의 선고형량이 큰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월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임동규 부장판사)는 의붓아들 권모(5)군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계모 이모(34)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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