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인수위원 지냈다' 빚 52억 탕감 결정

2009. 3. 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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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연태씨 불허가 사유 불구 "경력 고려" 면책

황영기 회장·윤진식 청와대수석 탄원서 '눈살'

법원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을 지낸 정연태(53·사진) 전 코스콤(옛 증권전산) 사장에게 면책 불허가 사유를 인정하고도 인수위 경력 등을 들어 빚 52억원을 탕감하는 면책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12단독 이상주 판사는 2007년 8월 파산선고를 받은 정씨에게 면책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면책이란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의 빚 부담을 없애는 제도로, 채무자의 경제적 재활을 목적으로 한다. 면책 결정을 받으면 파산자로서 받는 제약도 없어진다.

이 판사는 결정문에서 "불허가 사유가 존재하지만, 빚 대부분이 회사 대표로 근무하면서 경영 악화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점과 정보통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인수위 상임자문위원과 코스콤 대표이사를 거친 경력 등을 고려해 면책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정씨는 2000년부터 한국멀티넷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금융기관 등에 진 빚 52억원을 갚지 못하고 파산 및 면책을 신청했다. 그런데 정씨는 2002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고모부인 주아무개씨에게만 빚 8천만원을 갚았다. 이 판사는 "특정 채권자에게만 빚을 갚을 목적으로 담보를 제공하거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된다"면서도, 파산에 이른 경위나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법원이 재량으로 면책을 허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면책 결정을 내렸다.

정씨에게서 원금과 이자 12억원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 ㅅ아무개씨는 "재판부가 불허가 사유를 인정하면서도 면책을 허가했다"며 지난달 27일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ㅅ씨는 "정씨가 파산 사실을 숨기고 코스콤 사장에 선임됐는데도 재판부는 이를 주요 참작 사유로 거론하고 있다"며 "정씨가 금융기관에 진 빚 중에는 신용카드 연체대금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결정에 앞서 재판부에 제출된 탄원서도 눈길을 끈다. 정씨와 함께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황영기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과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일간지 논설위원 ㅇ아무개씨 등이 지난해 12월 탄원서를 냈다. 당시 한국금융지주 회장이던 윤 수석은 "정씨를 공직에 추천했던 한 사람으로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썼다.

한 법무사는 "불허가 사유가 있는데도 면책 결정을 내리는 경우에는 채권·채무자의 관계, 빚의 성격 등을 면밀하게 판단해 채권자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부분면책 등을 활용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금융기관 채권담당자는 "고위직들이 뒤를 봐준다는 걸 아는 이상 금융기관이 면책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이라는 면책제도의 도입 취지에 더 가치를 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대선 전 이명박 후보의 자문 교수진으로 활동한 뒤 인수위의 아이티(IT) 티에프(TF)팀 상임자문위원으로 일했다. 지난해 6월 코스콤 사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정씨는 개인파산자임이 드러나자 한 달 뒤 사퇴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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