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수 북한강에 사상 초유의 겨울 녹조현상, 왜?

박은호 기자 입력 2011. 12. 9. 03:19 수정 2011. 12. 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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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고온에다 전력난 대비해 댐 방류 줄인 탓

20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북한강과 팔당댐이 조류(藻類·물속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로 오염돼 수돗물 악취까지 유발하는 사태가 20여일 이어지자 정부 내에선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향후 북한강뿐만 아니라 다른 강에 대해서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도록 이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전문가들도 "지금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현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소양강·화천·춘천·청평·의암댐 등 북한강에 줄줄이 늘어선 댐이 깨끗한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는 데다, 주변에 오염지대가 적어 거의 대부분 1급수 수질을 유지하는 북한강에서 이처럼 심각한 녹조 현상이 겨울철에 발생한 것은 이변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강물환경연구소 변형섭 박사는 "그동안 북한강에서 수온이 높은 여름에는 녹조가 발생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11월에 녹조가 대거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녹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우선 올해 11월 전국적으로 예년보다 기온이 섭씨 4도 이상 높은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북한강 수계를 흐르는 강물의 온도(水溫) 역시 작년보다 3~4도 높은 섭씨 10도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조류가 과다하게 번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온난화 현상이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돼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가 이어질 경우 겨울녹조가 매년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강 일대에 9~10월 강수량이 급감한 것도 겨울 녹조의 주요 원인이 됐을 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9~10월 두 달 동안 경기도 청평 일대에 내린 비는 총 95㎜로 작년(521㎜)의 18% 수준에 불과했다. 공동수 경기대 교수는 "하천에 강물이 적으면 햇볕이 물속으로 잘 스며들어가기 때문에 수온이 높아지고 조류가 광합성 작용을 활발하게 하면서 과다 번식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운영하는 북한강 일대 댐들이 올겨울 전력난 등에 대비해 최근 댐 방류량을 대폭 줄인 것도 겨울철 녹조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소양강댐과 화천댐·청평댐 등지의 최근 방류량은 작년 이맘때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면서 "겨울 전력난 등에 대비해 물을 흘려보내지 않다 보니 (녹조를 일으키는) 조류들이 하류로 휩쓸려 내려가지 않고 사실상 고여 있는 강물에서 계속 번식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양강댐과 화천댐 등지에선 지난달 29일부터 댐 방류량을 기존의 초당 30t에서 70t으로 두 배 이상 늘려 댐물을 흘려보내고 있지만 녹조 현상은 아직 완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북한강 수계의 조류 증식 속도를 긴급 조사한 결과, 경기도 남양주시 에 있는 금남취수장(북한강 수계)의 경우 지난달 28일 물 1mL에 포함된 조류의 세포 개수가 4314개에서 지난 5일엔 1842개로 줄었다. 하지만 청평댐의 경우 1518개에서 오히려 2080개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양강댐 등지에서 물이 방류돼 조류가 하류로 떠내려 오면서 지난 6~7일 이후부터는 팔당댐에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팔당댐 하류에 있는 한강 본류 구간에서 조류가 더 늘어나 정수 처리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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