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선] "생명 내놓고 살처분했다"..AI 살처분 현장
[아시아경제 김정수 기자] "못할 짓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AI 확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명 내놓고 살처분했다."
지난 11일 아침 8시 안성 서운면 신흥리 오리농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든다.
경기도청에서 차출된 A씨를 포함한 공무원 45명이다. AI에 걸린 닭을 살처분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AI확산을 막기 위해 봉사를 나왔다.
그들은 자칫 신종플루 변종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죽을 지도 모르는 농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보건소 직원들은 현장에 미리 나와 살처분 지원 공무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직원들의 팔을 걷은 후 주사 한 대씩을 놓았다. 독감백신주사였다. 또 신종플루 예방약도 나눠졌다.
A씨는 "미리 AI 살처분 대상 공무원들은 미리 조를 편성해 백신주사를 미리 맞춘 후 현장에 투입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C 공무원은"면역항체가 평균적으로 15일 지나야 생성되는데 현장 투입되는 날 주사를 맞히면 뭐하냐"며 "AI가 발병했을 경우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속한 B팀은 농장 앞쪽에 있는 사육동의 닭을 살처분하는 임무를 맡았다.
B팀 직원들은 입고 온 겉 옷을 벚고 현장에 투입되기 전 나눠주는 작업복과 방역복으로 갈아 입었다.
B팀 A씨의 첫 임무는 AI전염 닭을 죽이는 일이었다. 생전 살아 있는 민물고기 한번 죽여보지 못한 그에게는 가장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AI 확산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몽둥이를 들었다.
A씨가 휘두르는 몽둥이에 맞은 닭 2수는 '꼬~옥. 끄끄'하는 소리를내며 쓰러졌다.
A씨는 내가 안하면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그래도 이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A씨는 같은 조 동료에게 임무를 바꾸자고 제안해 죽은 닭을 포대에 넣어 차에 싣는 일을 맡았다.
살처분 닭을 포대에 넣은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간혹 살아 있는 닭은 포대를 부리로 뚫고 나와 도망가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영하의 날씨에도 땀흘리며 열심을 다했다.
저녁 6시가 돼서야 닭 살처분하는 일은 끝났다. A씨는 이제 끝났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양계동에 있는 계란도 수거해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 방역요원들의 애기다.
A씨가 계란을 수거하고 계란판을 소각하는 등 살처분 일을 마친 시간은 저녁 8시였다.
D 수의사는 "H5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료제나 백신없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AI 살처분 농장에는 오질 않는다"며"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나서 양계농가를 돕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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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기자 kj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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