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재앙, 최악상황 대비책 없다

2011. 1. 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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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청정국 단시간 회복 포기·토착질병화 대응책 공론화 시급

하루 10만마리의 가축 '생매장'이 1주일 내내 이어지고 구제역이 토착 질병화하면서 '청정국' 회복이 멀어져가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태 수습과는 거리가 먼 백신접종 확대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대재앙에 상응하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과감한 실행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구제역의 전국적 확산이라는 최악 상황에 대비한 효과적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8일 전북의 정읍·김제·부안·군산·무주 지역 및 경북 전 지역의 소와 종돈(씨돼지)·모돈(어미돼지)에 대해 백신접종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9일에는 경기와 인천·충남북·강원의 모든 종돈과 모돈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종전보다는 대응이 과감해졌지만 이 정도로는 상황을 통제할 만한 선제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항체가 형성되려면 백신접종 이후 14일이 지나야 하고, 거래가 많은 새끼돼지 등이 여전히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지금의 바이러스 전파 속도라면, 14일은 호남의 땅끝까지 가고도 남을 시간이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구제역 백신은 상당히 불완전한 백신"이라고 지적했다. 면역 효과가 85% 정도에 불과하고, 백신 접종 이후의 사후관리가 대단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과 일본은 백신 맞은 소를 모두 소각 또는 매몰처분했고, 대만은 해마다 전국의 모든 소·돼지를 대상으로 접종을 되풀이하고도 구제역 상습발생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올 한해만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고, 백신 접종한 소와 돼지를 그대로 시중에 유통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봄철 이후 해빙기로 갈수록 더 위험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눈·얼음 속에 녹아 있거나 장비에 굳어 있던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 축산 기반은 무섭게 붕괴되고 있다. 경북 안동의 한우산업은 이미 전멸했고, 경기의 돼지산업은 지자체에 따라 50~90% 이상 참담하게 '매몰'됐다. 경북과 경기의 축산 기반이 사실상 무너진 것이다. 씨돼지와 씨소를 공급할 번식농장도 구제역에 무더기로 쓰러졌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방역 현장의 한 수의사는 "현장에서는 생석회가 동이 나고 서로 백신을 먼저 달라고 다투는가 하면, 축산농가도 방역인력도 어떻게 매몰을 하고 소독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는 아비규환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같은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전국적 확산에 대비한 최악의 구제역 시나리오가 없다 보니, 정부가 먼저 당황하고 결국 통제불능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며 "지금부터라도 대재앙에 걸맞은 시나리오를 긴급히 준비해, 정부 각 부처를 동원하고 실제 방역에 나서는 전국의 축산농가와 공무원들을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은 매몰처분으로 잡는다고만 생각했는데, 너무 크게 일이 벌어져 솔직히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어렵기는 하지만 아직은 청정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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