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봄'..해고노동자들 "죽음으로 내몰지 마라"

2011. 3. 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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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최호영 기자]

봄이 찾아왔지만 삶을 빼앗긴 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차디찬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복직을 외치며 천막농성을 하는가 하면 막노동에 날품팔이 등을 하면서 힘겨운 삶을 보내고 있다. 생활고를 겪다 못해 죽음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 "STX조선은 비정규직 노동자 복직시켜라"

STX조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7명이 3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 섰다. 초췌한 얼굴과 굳게 다문 이들의 표정에서 고달픈 삶을 말하는 듯 보였다.

이들은 사내 정규직들과 함께 작업을 짧게는 4년, 길게는 7년 정도 일을 해온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지난해 말 사측이 고용승계를 거부하면서 '해고'당했다.

이들은 STX조선이 하청업체의 도급계약 반납이라는 편법적 형태로 폐업시켰고, 신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직원들 중 고용승계와 정규직화를 요구한 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채용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해고는 노동조합을 만들면서부터 이미 예견됐었다. 지난해 5월 STX조선 하청업체인 ㈜화창개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회사는 곧바로 3개 회사로 분사했다.

화창개발은 STX조선의 사내하청업체로써, 약 300명의 직원이 원청업체의 생산전반에 대한 물류지원을 하는 회사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들은 "화창개발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자마자 한 개의 회사를 3개로 나눠놓고, 노동조합 활동을 한 15명 전원을 한 회사로 몰아 넣었다"고 밝혔다.

노조원들이 속한 회사는 결국 지난해 말 폐업했다. STX조선이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종료일을 지난해 12월 31일까지로 합의하고 신규하청업체가 선정될 때까지 1개월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청업체가 스스로 업무를 반납하고 폐업하는 형식으로, 원청업체인 STX조선은 일방적인 도급계약해지의 형태를 띄지 않고 맘대로 비정규직을 자르는 '신종해고수단'이다"고 반발했다.

특히, "폐업 이후 신규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으면서 대부분 고용승계가 이뤄졌지만, 노조활동을 한 노조원들은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며 "하청업체가 STX조선과 짜고 비정규직들의 노조활동을 탄압하려는 의도밖에 되질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박홍진 부지부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원이자 희망이다"며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박 부지부장은 "한 달 잔업하고 일을 해도 120만 원 정도 받는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당장 먹고 살일이 걱정이다"며 "STX조선의 행태가 너무 화가 나고 또 억울해서 참다 못해 기자회견장까지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 쌍용차 노조원 24명, 복직투쟁 중…"노동자들은 죽어나가고"

창원 지역의 해고노동자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해고노동자들은 공장 정문 앞에서 길바닥 천막농성을 3달째 이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 복직 투쟁을 하다보니,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에서 희망퇴직한 노동자 조 모(37)씨가 자신의 차량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지금까지 14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이 자살을 선택했다.

일부 해고노동자에게는 회사와 검찰, 보험회사로부터 '손배가압류'와 '구상청구' 등이 계속해서 날라오면서 이들이 생계는 벼랑 끝까지 내몰려져 있다.

1년 뒤 복직된다는 무급휴직자들의 희망도 물건너갔다. 해고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이나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고, 다른 회사의 취업도 불가능한 상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날품팔이 노동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것 뿐이다.

쌍용차 창원공장 해직노동자인 이갑호(42) 씨는 "현재 창원공장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24명의 노동자들은 날품팔이 일을 하는 등 말할 수 없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혹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봐 매일 전화로 확인하고 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 대림차 노조원 12명, 기약없는 복직투쟁…"죽고 싶은 생각 한 두번도 아니다"

2009년 정리해고된 대림자동차 12명의 노조원들도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사무실 한 켠에서 기약 없는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새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하면서 이들의 조합원 신분도 박탈됐다. 때문에 지원을 받아야 할 노조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도 "자살까지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며 "매일 고통스러운 나날을 버티기 힘들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실제 지난해 10월에는 대림차 창원공장에서 희망퇴직한 노동자가 "미안하다.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등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사측이 매일 집으로 찾아와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등 회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됐던 것이다.

일부 복직된 노조원들도 성향에 따라 현장에서 격리된 채 지방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하는 등 노조의 탄압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이경수 대림자동차지회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의장은 "회사가 강제로 희망퇴직 시킨 것도 모자라 일을 하고 싶어하는 노동자들을 나몰라라 하면서 생계위협에다 가정파탄 등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노동자들의 소원은 지금까지의 고통도, 억울함도 다 감내할테니 제발 일을 할 수만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성큼 다가왔지만,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데 없는 해고노동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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