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자실' 축산농, 대출상환압박에 두 번 눈물

송진원 2011. 1. 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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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구제역으로 망연자실해 있는 경기 김포의 축산농가들이 농협이나 축협 등 금융기관의 대출금 상환압박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일부 농민들은 축협으로부터 대출금 이자 연체나 대출 만기 내역 알림 문자메시지까지 받고 있어 독촉 아닌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김포시 월곶면에서 큰아들(32)과 함께 돼지 3천여 마리를 키우는 이모(60)씨는 12일 김포축협으로부터 '대출금 이자 할부금 입금 지연 안내장'을 우편으로 받았다.

돈사를 지으면서 빌린 돈 8억원에 대한 6개월치 이자 2천800여만원을 지난 연말에 냈어야 하지만 구제역으로 돼지 출하 길이 막혀 '수입'이 끊기다 보니 처리를 하지 못한 것.

아들 휴대전화로는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이자 연체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까지 들어왔다.

이씨는 13일 "어디 가서 돼지를 팔 수 있나, 언제까지 갚겠다고 마음대로 밖을 나다닐 수 있나‥"라며 "축산 하는 사람들이 다 죽을 맛인데 이게 지금 축협이 할 일이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살처분을 간신히 피한 돼지들의 사료값마저 대기 어려워 둘째 아들의 적금까지 깼다. 적금 750만원에 이웃 주민한테 빌린 돈까지 합쳐 5천400만원으로 돼지들을 먹이고 있다.

같은 월곶면에서 돼지 6천마리를 기르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모두 살처분한 윤모(49)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윤씨는 지난 연말로 농협중앙회 김포시지부에서 빌린 시설자금에 대한 연리금 3천만원의 상환일이 다가와 농협지부에 납기일 연장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

돼지를 모두 매몰한데다 이동제한까지 걸려 외출도 쉽지 않으니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만 미뤄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하지만 농협측에서 돌아온 것은 "위에서 공문 받은 게 없다. 제때 내지 않으면 연체이자를 물리겠다"는 냉혹한 답변뿐이었다.

윤씨는 서울 농협중앙회에 다시 전화를 했지만 역시 뾰족한 수가 없었다.

윤씨는 "이동제한이 3주 이상 걸렸고 돼지 판매도 못 하는데 통장 잔고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연체가 되면 신용상 문제가 생기니까 요청을 했던 건데 매몰찬 답변을 들으니 농협이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분노가 치밀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농민들의 이런 반응에 축협의 한 관계자는 "보통 1주일에 1번씩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이 있어서 연체 내용을 알고 있으라고 안내차원에서 보낸 것"이라며 독촉 압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내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왜 안내를 안 했느냐'라고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상황을 막으려고 조합차원에서 안내를 해 드린 것"이라고 난처해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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