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올해 2조1000억 돌려막고도 금고는 '텅텅'

최병태 선임기자·임아영 기자 2010. 8. 2. 21: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조 넘은 잔액 2년 만에 51억으로 '뚝'방만한 개발사업·재정 조기집행 요인

서울시 재정이 위기다. 서울시가 시금고에 돈이 없어 시중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돌려막기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편법·불법으로 공사와 기금의 돈을 끌어다 일반회계 예산으로 사용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서울시의회는 진단했다.

서울시의회가 2일 서울시의 편·불법 예산 운영 방식을 공개하며 "시는 살림살이가 파탄일보 직전인 현 재정위기 상황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서울시의회가 지적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서울시가 SH공사를 독촉해서 상환 기일이 아직 남은 재정투융자기금을 미리 갚도록 한 것, 그리고 이 돈을 일반회계로 전용했다는 것이다.

양경숙 고려대 행정학과 연구교수는 "매달 15일에 상환하도록 한 돈을 6월15일 2100억원을 상환받은 데 이어 6월29일에 또 3000억원을 갚으라고 한 것"이라며 "SH공사 직원이 15일이 아닌 날짜에 상환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올해 SH가 재정투융자기금에 갚아야 할 돈은 모두 5200억원이지만 이 중 2200억원은 상환시기가 됐다. 그러나 나머지 3000억원은 상환기일이 아직 남았음에도 예산 마련을 위해 조기 상환을 독촉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금고 잔액 상태는 2008년까지 양호했다. 2008년 말까지 2조원대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정부의 재정조기집행 방침을 지나치게 충실히 이행하면서 재정 위기가 가속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 시금고 잔액은 9948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대를 밑돌았다. 올해는 이것에도 훨씬 못미쳐 지난 6월말 시점으로 51억원에 불과해 시금고가 비었다. 잔액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서울시의 주요 세외수입원인 이자수입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시금고 이자수입은 고작 179억원에 불과했다. 2008년까지 1550억원 전후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해 1400억원 이상의 이자수입이 줄어든 셈이다. 이 돈이면 서울시내 초등학교 무상급식비 50%를 감당할 수 있는 액수라고 시의회는 밝혔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서울시가 은행에서 일시 차입한 돈이 1조원, 올해들어 지금까지 발행한 지방채가 4000억원, 재정투융자기금으로부터 끌어다 쓴 돈이 7000억원 등 모두 회계에 잡혀있지 않은 빚만 2조10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그는 부채도 부채지만 2조1000억원을 투입했는데도 서울시 통장 잔액이 텅텅비어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도 "서울시가 시금고로부터 끌어다 쓴 1조원은 이자가 높은 단기 차입금이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돈을 갚기 위해서는 3개월 동안 현금 서비스로 2조원 이상 돌려막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재정상태가 아주 좋은 편이어서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한푼도 받지 않는다. 그만큼 건전재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방세 세수가 감소하고 이자수입 등 세외수입도 감소하면서 재정자립도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5년 96.1%이던 것이 2008년에는 88.3%로 사상 처음으로 80%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85.8%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개발·시정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부실재정운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서울시가 올해 6·2 지방선거를 의식해 한강 르네상스, 서울디자인수도 등 시장시책 사업에 예산을 집중한 것이 재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 최병태 선임기자·임아영 기자 cbtae@kyunghyang.com >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