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삽질'하다 살림 거덜 .. 8년 사이 빚 14.5배 늘어

한대광 기자 2010. 7. 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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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462억 → 올해 9조3950억 추정안상수의 '도박' .. '송도' 등 대형사업 올인, 기업체 손실도 떠맡아부도 위기 상존 .. 아시안게임 관련 시설 '4조대 공사' 재정 압박

# 민선 5기 단체장 출범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송영길 인천시장과 임기 마지막 날인 안상수 전 시장이 만나 따로 대화를 나눴다. 송 시장이 "인천시 부채가 왜 이렇게 급증했느냐"고 묻자 안 전 시장은 "부동산 경기가 계속 좋을 줄 알았다. 이럴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선거 기간 중 부채문제가 쟁점이 됐을 때 안 전 시장은 한사코 "문제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처음으로 부채 문제를 인정한 셈이다. 송 시장이 이어 "아시안게임을 위해 꼭 7만석짜리 주경기장을 새로 지어야 하느냐"고 묻자 안 전 시장은 "7만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천) 서구의 활성화를 위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안 전 시장은 재임 중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7만석을 요구했기 때문에 경기장 신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거짓말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수천억 손실 영종하늘도시

14일 인천 중구 영종도 영종하늘도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굴착기를 이용해 토사를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한 영종하늘도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38.9%가 계약을 해약하는 바람에 인천시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인천 | 김문석 기자

◇개발광풍이 만들어낸 10조 부채 =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의 부채가 전임 시장 재임 중인 8년 동안 1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리스크(위험) 관리는 외면한 채 시가 직접 나서 방만한 개발 사업을 벌인 탓이다. 더욱이 2014년 열릴 예정인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비 등으로 수조원의 부채가 추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가 나섰던 각종 개발사업이 실패·좌초되면서 수입구조도 취약해져 심각한 재정난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시는 안상수 전 시장이 취임했던 2002년 당시 시본청 부채는 6462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말 2조7526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14일 밝혔다. 특히 2003년 5월 설립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가 올해 말 6조6424억원으로 시본청보다 2.4배나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나머지 공기업들의 부채까지 모두 합칠 경우 9조8047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인천시 예산은 올해 7조1076억원이며 도시개발공사 매출은 8913억원에 불과하다.

인천시 본청과 도시개발공사의 부채 규모는 안상수 전 시장 취임 당시 6462억원에서 올해 말 9조3950억원(추산치)으로 무려 14.5배나 늘어났다. 부채 규모가 급증한 시점은 2005년(64.3%)과 2006년(56.7%)이었다. 특히 도시개발공사의 경우 412.5%(2005년)와 82.6%(2006년)의 증가율을 보였다.

안 전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거정비구역을 119개나 추가 지정하고, 서구 가정5거리 재개발사업(루원시티), 151층 초고층 쌍둥이 빌딩 등 각종 대형 개발사업을 발표했다. 안 전 시장은 이 개발 바람을 타고 연임에 성공했지만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인천시 부채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리스크 관리를 외면한 채 개발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그동안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에만도 1조원이 넘는 재정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아파트만 즐비한 채 정작 중요한 외국인 투자 신고금액은 지난 4월까지 7억2787만달러에 불과했다.

인천시는 그럼에도 외국인 투자 유치가 실패한 데 따른 원인 분석과 대안 마련보다는 민자 위주로 추진키로 했던 개발사업들까지 도맡아가며 개발에만 '올인'했다. 행동대장으로는 도시개발공사가 나섰다. 무리한 개발사업 참여는 구 도심에서도 반복됐고 도시개발공사의 부채는 급속히 증가했다.

◇개발사업자 손실분까지 보장하는 이상한 계약 = 실제 인천 남구 도화동 일대 인천대 옛 부지에 아파트 6306가구를 짓는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SK건설컨소시엄이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사업을 포기하자 도시개발공사가 이를 떠안았다. 도시개발공사는 올해 4500억원을 빌려 토지·주택 보상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도시개발공사는 또 50% 지분을 투자한 서구 검단신도시(906만㎡) 개발을 위해 올해 1조4500억원을 빌려 보상금으로 사용 중이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년 하반기에 예정된 용지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도시개발공사가 30% 지분 출자한 579만㎡(분양용지 286만㎡) 규모의 영종하늘도시도 2007년부터 3년 동안 44만8000㎡를 분양했지만 이 중 38.9%가 해약하는 바람에 재정 악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인천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루원시티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최소 2000억원에서 최대 8000억원의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 특히 인천시가 손실분의 50%를 LH에 보장해주기로 한 사실이 최근 새롭게 드러나 무리한 계약이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도시개발공사는 또 9개에 달하는 각종 대형사업의 특수목적법인에도 지분 참여했다. 하지만 일부 사업은 아예 중단됐고, 전면적 사업재검토가 필요한 곳도 많다.

◇아시안게임 계기로 부채 더 급증 = 인천시 부채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수조원 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장 40개와 훈련시설 45개, 부대시설 등을 짓는 데 모두 4조7768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주경기장은 기존 경기장(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하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안상수 전 시장은 "국고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주경기장을 짓겠다"고 고집했다. 이로 인해 주경기장 건설에 전액 인천시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인천시는 2조3000억원(기승인 5350억원)은 지방채 발행으로, 나머지는 시비로 충당할 계획이지만 정부의 감세 정책과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세원이 줄어들고 있어 지방채 발행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안 전 시장이 아시안게임에 맞춰 4년이나 공기를 단축한 도시철도2호선에도 2612억원(기승인 609억원) 지방채를 발행해야 한다. 도시개발공사도 영종 웰카운티 건설 등을 위해 올해와 내년에 8000억원가량의 공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시개발공사의 주요 수입원인 검단신도시·도화구역도시개발사업·영종하늘도시 등이 모두 사업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부동산 침체가 계속될 경우 부채를 갚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더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하석용 '공존사회를모색하는지식인연대회의' 대표는 "인천시가 도시개발공사를 앞세워 개발 위주의 사업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재정 위기가 초래됐다"며 "더욱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각종 개발 사업에 균열이 생기면서 언제든 부도 위기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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