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지 2차 오염 비상] 비닐 뚫고 나온 누런 침출수 수박만한 덩어리로 엉겨붙어

여주=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2011. 2. 1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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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여주 거쳐 남한강과 만나는 양화천 32km 따라가보니..

16일 오전 10시 경기도이천시설성면 대죽리. 남한강의 주요 지류인 이곳 양화천 최상류에서 군데군데 녹지 않은 얼음 밑으로 강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흘렀다. 하천변엔 억새풀과 모래톱이 어우러졌고 야생오리 수십 마리가 눈에 띄었다.

"수질 좋고 풍광 좋은 양화천은 이천·여주 주민들의 젖줄이자 자랑이지요." 이 지역에서 10여년 환경운동을 해온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46) 집행위원장은 양화천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면서 "이젠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나올) 침출수가 걱정"이라고 했다.

이천·여주 전역에 무려 500여개에 이르는 구제역 가축 매몰지가 생겼고, 이 중 적지 않은 매몰지에서 앞으로 침출수가 유출돼 양화천의 수질을 오염시킬지 모른다고 그는 걱정했다.

본지 취재진은 이 위원장과 함께 양화천 상류에서 하류까지 32㎞를 이동하며 매몰지들을 살펴봤다. 이 위원장의 걱정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이 어떤 것인지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위험천만한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천시 설성면 A마을 입구엔 방죽과 바로 맞붙은 지점에 돼지 2400마리가 묻힌 매몰지가 있었다. 하천에서 30m 이상 떨어진 곳에 만들라는 매몰지 환경지침을 어긴 채 하천변에 바짝 붙어 있었다. 이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새나올 경우 양화천의 오염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동행한 이항진 위원장은 "침출수가 하천으로 흘러드는 순간 곧 재앙이 시작될 것"이라며 "침출수 자체가 곧 세균 덩어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하류로 약 20㎞ 떨어진 여주군능서면 B마을은 더 심각했다. 마을 곳곳에 1만 마리가 넘는 돼지·소가 묻혔는데도 사후관리가 엉망이었다. 약 3900마리의 돼지가 묻힌 한 매몰지의 1m 높이 유공관(有孔管·작은 구멍이 뚫린 파이프)에선 노란색 침출수가 터져 나와 비닐 위에 쌓여 수박 크기만한 덩어리로 굳어 있었다.

침출수에서 돼지 피가 흘러나와 매몰지 바깥 흙 속까지 스며든 흔적도 군데군데 발견됐다. 이 매몰지에서 약 200m쯤 떨어진 다른 매몰지에선 아예 갈색 침출수 덩어리가 비닐 덮개를 뚫고 매몰지 바깥으로 분출돼 땅 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마침 현장을 방문한 여주군청공무원 2명에게 "침출수가 왜 이렇게 바깥에 나와 있느냐"고 묻자 "침출수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톱밥을 뿌려두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매몰지 침출수를 정상적으로 빼낼 용도로 설치한 유공관을 통해 나와야 할 침출수가 "왜 땅속에서 그대로 흘러나왔나"는 질문에는 더 이상 답변이 없었다.

이 위원장은 "침출수가 하천에 유입되는 상황도 문제지만 야생동물들이 피 냄새를 맡고 여기에 와서 침출수를 먹고 돌아다니며 병균과 바이러스를 옮기는 2차 감염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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