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지 2차 오염 비상] 안성 가축 매몰지 르포_"지하수에서 벌써부터 썩은 냄새 진동"

안성=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2011. 2. 1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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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가 썩었어요. 마시면 죽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15일 경기도안성시의 한 마을. 근처에 살(殺)처분한 돼지 4500마리를 묻은 대형 매몰지가 있었다. 주민 A(60)씨는 "집 뒤뜰에 땅을 파 지하수로 사용했는데 안심이 안 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지하수를 파서 당분간 사용할 생각"이라면서 연방 "지하수가 썩었다"고 한탄했다. 소와 돼지를 키우면서 살아온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은 상수도 시설이 없어 지하수를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해왔다. 그는 "지하수에서 벌써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 못 먹을 지경"이라며 " 국무총리실에도 항의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매몰지는 마무리가 덜 된 공사장처럼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매몰지를 뒤덮은 비닐 곳곳이 찢어졌고, 침출수가 흘러나오도록 1m 높이로 솟아올라 있는 유공관 옆 저류지(침출수를 임시 보관하는 공간)는 땅만 움푹 파놨을 뿐, 비닐로 감싸놓지도 않았다.

이 마을 B(58) 이장은 "시에서 마을 지하수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주민들은 '더 이상 못 살겠다'는데 시에서 차일피일 시간만 끌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주민 C(72)씨는 "매몰지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아느냐"면서 "아예 인근 산에 있는 약수터에 가서 물을 떠다 마시고 있다"고 했고, D(52)씨도 "시청과 면사무소에서는 규정대로 단단히 묻었다고 하는데 비닐로만 100% 악취와 오염을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안성시는 지하수가 오염될 것을 우려해 마을 한복판에 상수도 시설을 짓고 있으며 오는 3월부터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미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으며 비싼 수돗물로 가축을 기를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월 축사에서 구제역이 발병해 24마리의 소를 살처분한 농장주인 E(36)씨는 정부 보상금을 받아 올 6월부터 다시 농장일을 재개할 계획이다. 그는 "사료값도 부담스러운데 소 한 마리당 매일 평균 50L의 물을 마시는 걸 생각하니 비싼 물값이 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그동안 사용해온 지하수 시설을 폐쇄시키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지하수 대신 수돗물을 농업용수로 쓰면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하소연했다.

안성시 관계자는 "그 매몰지는 사후 관리기간에 침출수가 나오지 않아 딱히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하지만 수질 오염이 우려돼 우선 급한 대로 매몰지 반경 500m에 상수도 시설을 설치하고 있으며 꾸준히 실태조사와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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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화곡리의 한 농장 인근에 구제역으로 살처분 된 돼지 4500마리가 묻힌곳을 마을 주민들이 보며 얘기하고 있다. 이 동네는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고 사진에 보이는 붉은 벽돌 집에 산다는 주민(왼편 검은색 점퍼)은 사진상으로 가장 왼쪽에 있는 전봇대 부근에서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어 매몰지와 불과 몇미터 떨어져있지 않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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