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아진 태화강, 4대강 살리기 모델?

장지승 2010. 7. 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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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장지승 기자 =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모범 사례로 울산 태화강을 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6월29일 한 라디오 연설에서 "완전히 죽었던 태화강을 준설 등 친환경적으로 정비해 생명력이 넘치는 울산의 보물로 만들었다…4대강 살리기도 바로 그런 목적이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후 태화강은 울산을 찾는 정부 관료들의 필수 탐방코스가 됐다.

하지만 4대강 사업과 태화강의 수질개선 사업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울산 태화강이 4대강 사업 모범사례로 떠오른 지난해 10월 대한하천학회 등은 '그렇지 않다'는 것를 이야기하기 위해 울산에서 간담회를 겸한 간단한 세미나를 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울산과학대학 서정호 교수에 따르면 울산시는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총 12개 사업에 2324억 원을 투입해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태화강 유입 생활오수 차단, 가정오수관 연결, 축산폐수 차단 등 오염원 차단사업을 통해 태화강 수질에 가장 큰 개선 효과를 가져 왔다.

이와 함께 2004년부터 추가로 시작된 태화강 마스터플랜 계획에 따라 퇴적오니를 준설하고 단계적으로 방사보를 철거했다.

이런 노력으로 태화강 하류는 1997년 BOD 10㎎/ℓ이던 것이 2008년 1.7~2.0㎎/ℓ의 1~2급수로 개선됐다.

서 교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 교과서적인 원칙과 시행을 통해 하천 수질 개선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태화강은 1987년 명촌교 아래에 길이 600m, 너비 0.6m, 높이 1m의 보를 만들었으나 퇴적물이 쌓이고 수질이 나빠지자 2006년 4월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없는 보를 새로 만드는 사업이다.

세미나에서 부산가톨릭대학 환경공학과 김좌관 교수도 몇 가지 예를 들어 태화강 사업과 4대강 사업을 비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태화강은 보를 철거한데 반해 낙동강에는 11개의 보를 만드는 계획이다. 또 태화강엔 오염퇴적토만 준설했는데 낙동강은 깨끗한 모래를 전구간 깊이 6m 이상을 준설한다.

김 교수는 "태화강엔 오염원 차단을 위한 환경기초시설에 주로 투자하는 데 반해 낙동강에는 보와 준설, 슈퍼제방 쌓기, 댐건설 등에 집중하는 한편 환경기초시설투자에는 인색한 편이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교수는 자연형 하천의 전범인 양재천과 인공수로형 하천인 청계천을 비교했다.김 교수에 따르면 양재천은 매년 11억 원의 유지관리비가 들어가는데 반해 청계천은 연 86억 원의 유지관리비가 든다. 하천을 친자연형에 가깝게 만들 때 작은 유지관리비가 소요되고, 도시민의 체감 녹지율도 높일 수 있는 사업이 된다는 설명이다.

울산 환경운동연합 오영애 간사는 "지난해와 현재, 상황이 달라진 건 없는데 여전히 '태화강이 4대강의 모델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실제로 하나의 객관적인 사실(태화강 수질개선)이 임의로 해석돼 알려지는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간사는 "태화강은 보를 철거한 것이고, 4대강은 보를 만드는 것으로 정반대다. 현재의 태화강에 4대강 사업처럼 보를 다시 만든다면 옛 '죽음의 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시간 문제"라며 "어떤 부분이 모델이 될 수 있는지 밝힐 사람들은 밝혀야 하며, 태화강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시민들은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진 - 지난해 11월9일 울산 태화강 중류 삼호교 아래에서 산란을 마친 뒤 죽은 연어를 울산시 직원이 건져 올리고 있다. 연어가 산란한 장소는 태화강 중류이나 강물이 얕게 개울물처럼 굽이쳐 흐르는 곳으로 '보'가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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