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보다 더 부담" vs."온가족이 쉬니 좋아"

한미희 2011. 6. 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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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부부 "학원 안보내려면 학교 보육교실 확충해야"

"가족여행, 문화시설 향유 기회 늘어날 것"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놀토도 부담인데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된다니 아이는 누가 돌보나요", "부부가 쉬는 토요일에 아이가 학교를 가는 바람에 제대로 여행 한번 못했는데 잘됐습니다"

내년부터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된다는 소식에 국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14일 만난 회사원 김종삼(39)씨는 내년부터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된다는 소식에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1학년인 딸을 둔 김씨 부부는 학교에서 격주로 하는 이른바 '놀토'(노는 토요일)도 부담스럽다.

간호사인 아내는 대학병원에서 일하다 야간과 주말에도 근무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아이를 낳은뒤에는 개인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개인병원도 토요일 오후 3~4시까지는 근무해야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부모 모두 출근했을 때에는 입학 전에 다니던 아파트 단지의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잠시 맡기곤 했는데 눈치가 보여 더이상 보내지 못하고 근처 친척집에 맡기고 있다.

아들이 조금 크고 나서는 동생 잘 돌보라고 신신당부하고 둘만 놔두기도 하는데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김씨는 "평일에는 학교 보육교실에서 놀다 오니까 경제적 부담도 덜고 안심이 돼서 좋다"며 "토요일 오전에는 학교 보육교실도 놀고 학원도 모두 문을 닫아 보낼 데가 없다"고 했다.

두 아이는 평일에 보습학원과 태권도장,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 두 곳씩을 다닌다. 가르치려는 목적도 있지만, 학교 보육시설이 6시여서 부부의 퇴근시간 때까지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씨는 "지금도 학원비가 월 50만원 정도 드는데 주5일제를 전면적으로 하면 사교육비가 더 들어갈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부부인 김미숙(38)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씨 부부는 사회복지 공무원이라 주말에도 교대로 근무해야 하고, 가정 방문을 다니기도 한다. 그래도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토요일에 등교하면 근무를 해도 신경이 덜 쓰인다.

김씨는 "비용을 떠나 아직 어린 아이들을 어디든 맡겨 놓아야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데 학원보다는 학교가 더 안심된다.학교에서 토요일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청소년 여가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5일 수업을 전면 시행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박모(47)씨는 "아들이 학교가는 토요일에는 오전 수업 마치고 오후에 학원에라도 갔다 오는데 노는 토요일이면 좀 쉬어야 한다며 학원도 빼먹고 온종일 PC방에서 게임을 하기 일쑤"라며 "매주 쉬면 주말마다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PC방 업주는 "노는 토요일과 그렇지 않은 토요일의 매상 차이가 꽤 난다"며 "노는 토요일에는 오전부터 학생들로 빽빽하게 찬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박씨는 "사회 전반적으로 주5일제가 자리 잡은 만큼 학교도 예외일 수는 없지만, 학생들이 다른 유혹에 빠질 염려가 큰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행하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5일 수업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토요일에 부족한 공부를 시키려고 학원을 보내겠다는 학부모도 있지만 가족이 여행을 가거나 문화체험을 즐기는 등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 6학년 아들을 둔 이모(44)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면서 몇년전부터 토요일엔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데 아이들은 격주로 등교하기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주5일 수업이 되면 체험학습 신청서를 학교에 내지 않고도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 정도씩 가족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 미술관 관계자는 "'놀토'와 '갈토'의 미술관 관람객 수가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것은 미술관ㆍ박물관 업계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며 "주 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 가족단위 관람객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확충하려한다"고 말했다.

eoyy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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