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곳곳에 쓰레기 수북 "그분들 빈자리 너무 커요"

2011. 3. 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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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파업 대학 가보니쓰레기통 넘치고 변기 막혀강의실 책상·바닥도 지저분학생들 "학교가 해결나서야"

[한겨레]지난 18일 낮 12시께, 연세대 경영대 본관 비(B) 121호 강의실. 바닥과 책상에 생수병과 커피잔, 휴지와 사탕껍질 등이 널려 있었다. 강의실에 도착한 한 학생이 책상 위의 김밥 포장지와 나무젓가락을 팔꿈치로 밀쳐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자리에 앉았다. 강의실 밖 게시판 밑에는 떨어진 포스터가 나뒹굴었다. 화장실 앞을 지나가던 한 교수도 커피잔이 굴러 떨어질까 조심스레 쓰레기 더미 위에 종이컵을 얹었다. 그 시각 학생회관 건물 3층 쓰레기통 앞 역시 토마토 소스가 말라붙은 피자 상자가 탑을 이뤘고, 화장실 쓰레기통은 더는 화장지를 삼키지 못하고 토해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고려대 청소노동자 860여명이 '생활임금'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 5일째인 이날 낮 둘러본 연세대 복도와 강의실, 화장실 곳곳에는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의 피해를 줄이려 시간을 정해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학 뒤 학생들이 넘쳐나는 3월의 캠퍼스에선 청소노동자들의 빈자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아무개(20·신소재공학2)씨는 "변기도 막히고 여자 화장실은 너무 더럽다"며 "학교가 어떻게든 빨리 문제 해결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쓰레기가 뒹구는 강의실과 달리 건물 바깥과 학생회관 1·2층, 본관 등은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외부인의 출입이 많은 곳이라 새벽부터 직원들이 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학생회관 청소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오전 6시가 되면 학교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이 나와 쓰레기를 치운다"며 "1층 로비는 학교의 얼굴이니까 세제를 이용해 바닥까지 깨끗하게 닦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화여대 이화캠퍼스센터(ECC) 역시 학생들이 북적였지만, 상대적으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수레에 사람 하나 크기의 쓰레기봉투를 두 개씩 얹고 운반하는 청소노동자의 모습도 보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유안나 조직차장은 "이화여대는 전면파업 대신 부분파업과 태업을 하고 있다"며 "치우던 게 습관화돼 있어 태업을 해도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6년 동안 이화여대에서 일했다는 한 청소노동자는 "물걸레질도 안 하고 50% 정도만 청소했는데 이 정도"라며 "평소엔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로 반짝반짝하게 닦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소노동자도 "애들이 무슨 죄냐. 여자애들이 쓰는데 더럽게 해놓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캠퍼스 역시 속이 꽉 찬 쓰레기 봉투가 곳곳에 쌓여 있긴 했지만, 화장실과 쓰레기통 등은 깨끗했다. 최아무개(22·영어영문3)씨는 "8일 총파업 때는 정말 학교 꼴이 엉망이었다"며 "한번도 청소하는 분들한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많은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황춘화 김지훈 엄지원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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