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75만원·점심값 9천원' 노조 만들었다고..

입력 2011. 1. 3. 20:20 수정 2011. 1. 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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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홍익대도 청소노동자 계약해지

"다시 일할때까지" 점거농성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청소일을 해온 임아무개(61)씨는 3일 새해 첫 출근을 대학 총장실로 했다. 청소가 아니라 점거농성을 하기 위해서다. 그와 같은 처지의 '동지' 140여명이 함께했다.

임씨는 12년 동안 인문대가 있는 시(C)동 6층의 강의실과 교수실, 학생회실, 화장실 청소 업무를 도맡았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할 때까지 "나름 보람을 갖고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쪽에서 받은 처우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계산을 했는지, 한 달 점심값은 고작 9000원에 불과했고 점심시간에는 계단 아래 대기실 등에서 집에서 싸 온 반찬 등으로 밥을 해먹었는데, 그마저도 학교 관리자들에게서 "냄새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지난달 이것저것 떼고 받은 월급은 75만여원이었다.

참다못해 지난 12월 초 학교 경비원과 시설 직원 등이 모여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학교는 며칠 뒤 이들이 소속된 용역업체와의 재계약 때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계약 해지는 해고를 의미한다. 청소·시설·경비 업무 등을 보던 170여명의 50~60대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 지금까지는 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승계가 이뤄져왔다. 올해 다른 점이라면 노조가 만들어진 것뿐이다. 임씨는 "학교가 우리를 다시 일하게 해주기 전까지는 점거농성을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청소 용역 문제로 몸살을 앓는 학교는 또 있다.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도 계약 해지된 80여명의 청소 용역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달 29일부터 본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가 지난 2일 새 업체가 기존 노동자를 신규채용 형식으로 고용하기로 하면서 농성을 풀었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도 청소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노동자들을 일회용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는 일이 울산의 자동차 공장에서도 서울의 대학에서도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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