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형 구형에 눈물 바다된 용산 법정

장일호 온라인 뉴스팀 기자 ilhostyle@sisain.co.kr 2009. 10. 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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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4지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망루투쟁을 사수토록 한 주범으로 화재 피해의 책임이 중하다. 또한 법정에서 책임 회피적인 진술을 하고 재판거부 등으로 법정소란을 야기했다. 그러나 사망한 故 이상림씨의 유족임을 고려해 이충연에게 징역 8년을 구형한다"

21일 검찰은 이충연씨를 비롯한 용산참사 피고인 9명에게 모두 실형을 구형했다. 피고인들의 이름이 불리고 구형이 선고될 때마다 유족들은 방청석 곳곳에서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숨죽인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시사IN 장일호 김형태 변호사는 "용산 참사 사건은 나중에 반드시 재심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이충연씨의 아내 정영신씨는 오늘도 맨 앞줄에 앉았다. 이 위원장의 어머니 전재숙씨와 형님 이성연씨도 두 번째 줄에 자리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을 들어서던 이충연씨는 가족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검사의 8년 구형을 듣는 순간 유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검사가 구형을 많이 해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울면 당사자들은 더 힘드니까 꾹 참아야 한다"라고 의연하게 말하던 형님 이성연씨도, "지금부터 눈물이 나는데 어떻게 하냐"며 연신 소매로 눈물을 찍어대던 어머니 전재숙씨도 어깨를 들썩였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던 정영신씨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씨를 비롯한 피고인 9명은 지난 1월20일 서울 용산구 용산4구역 재개발지역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 중 화염병 등을 투척하여 경찰 특공대원 1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을 다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등)로 기소됐다. 검사는 "법원이 그동안 전철연 회원들에 대한 양형에 있어 철거민이라는 이유로 온정에 치우쳤다. 이들의 행위를 묵인하면 향후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보고, 법을 지키지 않으면 이득을 본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검사는 "이번 일을 내버려 두면 제2·3의 용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 속한 각 단체들이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설 수 있다"라며 "피고인들이 평범한 세입자라고 호소하지만, 경찰특공대도 평범한 인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의 김형태 변호사는 "20년 전 공안사건 논리와 비슷한 분위기에 가슴이 무겁다"라며 변론을 시작했다. 김 변호사는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배후와 배경은 사라지고 엊그제까지 돼지갈비, 중국집 사장님이었던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구형을 받는 걸 보면서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사건이 2~30년 뒤 반드시 재심을 받을 것이며,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건 본질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는 법정이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변론 도중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한 김 변호사는 "이 법정에서 4~5차례 눈물이 났다. 힘없이 당한 서민을 극악무도한 폭력범으로 몰아간 경찰과 검찰 또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하면 망루 아니라 뭐라도 지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변론이 끝난 뒤 피고인들의 최후변론이 시작됐다. 이충연씨는 "저희가 바라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입니다. 재판부 역사의 남을 정의로운 판단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자리로 돌아갔다. 돌아서는 이 위원장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내 정영신씨는 차마 남편을 보지 못하고 내내 고개를 숙였다.

재판이 끝난 후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는 남편을 향해 법정 앞으로 뛰어나간 정씨는 남편의 따뜻한 손을 잡지 못했다. 교도관들은 어제보다 더 심하게 정씨와 이씨를 막아섰다. 정씨는 결국 재판정 앞에서 숨죽여 울던 울음을 토해냈다.

이충연씨를 비롯한 9명의 피고인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 공판은 2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용산 참사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

김OO

"법과 제도가 바로 서서 저희 같은 철거민이 양상 되지 않았으면 한다." 김OO

"이번 일로 돌아가신 분께(한참 침묵).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도적인 방책이 세워지면 한다."

김OO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드린다. 참사를 방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 오죽했으면 철거민이 저렇게까지 농성했는가. 그러나 정책이 잘못 되어도 참아야 했지만, 배려 없는 공권력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진실이 밝혀져 역사에 묻히지 않도록 재판장님께 부탁한다. 역지사지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선처와 용서 바란다."

김OO

"사회물의 일으킨 것 반성한다.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어린 딸을 생각했다. (긴 침묵). 재판장님, 선처를 바랍니다."

조OO

"1월19~20일 공권력에 대해 방어하는 입장이었다. 너무 저희 잘못이라고 몰아세우지 말아 달라. 선처 부탁한다."

이충연

"저희가 바라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재판부 역사의 남을 정의로운 판결 부탁한다."

천OO

"일어 일어나고 보니 철거민이 아니었을 때 가족들이랑 많이 놀러 다니고 취미생활을 열심히 할 것 싶다."

김OO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몇 자 적어왔다. 장시간 고생하신 재판장, 검사님, 날을 새가며 얘기 들어주고 변론해주신 변호사님. 억울함을 참아가며 재판 지켜봐준 유가족 앞에서 최후 진술을 한다. 철거민이 희생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다. 망루 속에서 추위와 두려움, 생사에 기로에 섰던 사람으로서 돌아가신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에 떠올렸을 얼굴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재개발 과정에서 시행사, 시공사, 용역에 의해 폭행당하고, 어린 자녀들이 들려 나오는 걸 보면서 답답했다. 아내와 어린 자식이 상처를 받았다.

재판장님, 망루에 내몰린 철거민을 인간적으로 봐 달라. 전철연을 반정부단체로 몰아가는 경찰과 언론, 정치인. 나는 그래서 혼란에 빠진 적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뭐가 잘못됐나. 이충연 위원장이 '우리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동지 밖에 없다. 동지 욕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가슴에 오래 남아있다. 검찰은 수사기록 3000쪽 공개하지 않고 철거민 책임으로만 몰았다. 검찰이 조금이라도 철거민 호소에 귀 기울여 고려해주길 바란다. 누구를 해하려고 망루에 오른 게 아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분노와 갑갑함을 재판장님은 온정으로 헤아려주길 바란다. 가정을 지키고 일상으로 보내주시길 간곡히 청한다."

장일호 온라인 뉴스팀 기자 /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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