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된 암치료 환자 오늘부터 '병원비 폭탄'

정유미 기자 2010. 8. 3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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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전이된 환자들만 재등록하면 경감 혜택'특례 종료' 홍보 부실로 병원 혼란, 환자들 반발

이달 1일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암환자 산정 특례제도'를 놓고 암환자와 가족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암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재발이나 전이 없이 5년이 지난 환자는 건강보험 적용 특례 대상에서 제외돼 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등록한 암환자가 치료를 받을 경우 5년간 진료비의 5~10%만 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내주는 '암환자 산정 특례제도'가 2005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9만명이 암 환자로 등록돼 혜택을 받고 있다.

문제는 5년 시한이 지나면서 2005년 최초 등록한 환자들의 혜택이 이달 1일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5년 사이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된 환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재등록해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암환자와 전문가들은 5년 만으로는 암이 완치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 같은 정책이 결국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암환자들은 5년간 암이 완치된 것처럼 보여도 혹시 모를 재발과 전이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십만~수백만원이 드는 고가의 검사를 수시로 받고 있다. 또 항암치료 과정에서 폐·위·기관지 등의 합병증 치료와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안기종 백혈병환우회 대표는 "암환자들은 평생 추적관찰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젠 5년만 살라는 것인가. 돈 없으면 죽으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면서 "잘못된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국민 건강보장성 확대를 요구하기 위해 전 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선 병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방침에 따라 8월부터 암환자 재등록 신청서를 써주고 있지만 대상이 극소수인 데다 재등록에서 제외된 상당수 환자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들은 안내문을 받지 못했다며 병원 측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환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다, 환자 스스로가 재등록 대상인지 아닌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상에서 탈락돼 고가의 검사비가 나오면 병원에 항의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현재 재등록 암환자 수는 8133명이다. 등록 5년이 지나 올해 특례 혜택에서 일단 제외되는 환자가 21만7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3.75%에 불과하다. 보건 당국의 고지에도 재등록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는 환자들이 그만큼 많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친서민 정부를 표방하면서 그나마 최소한의 수준으로 지원해 주던 본인부담금 인하 혜택마저 없앤다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암환자 산정 특례제도

암으로 확진받은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하면 5년간 병원비의 5~10%만 본인이 부담하는 제도. 5년이 지나면 특례 대상에서 제외된다. 2005년 9월1일 처음 등록한 암환자는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았다면 2010년 9월1일부터는 일반 환자처럼 병원비의 30~60%를 내야 한다. 각종 검사비와 합병증 치료비도 지원받을 수 없다.

< 정유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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