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지지 한나라당 의원들이 쇄신파?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2011. 6. 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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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요즘 '쇄신'을 하는 중이다. 새로 구성된 지도부는 재래시장을 찾아가서 족발 먹는 '쇼'를 하면서 서민의 삶을 살피겠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이 정부는 5세 유아 교육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서 대학 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리겠다고 한다. 초등학생 무료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세웠던 것이 엊그제인데, 재·보선 결과가 무섭긴 무서웠던 모양이다. 이 같은 선심성 정책은 막대한 재정지출을 요구할뿐더러 또 다른 형평 문제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재정을 지출해서 국립대학 등록금을 내릴 수 있지만 사립대학 등록금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국민 세금 몇 조원을 풀어 대학생에게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이니, 내년 총선을 앞둔 치사한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과학벨트 세 곳에 몇 조원, 이런 '서민 대책'에 몇 조원 등 '조 단위' 예산을 동네 아이 이름 부르듯 하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돈 찍는 기계를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들의 최대 '치적(治積)'이라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4대강 공사가 막바지에 들어서 16개 보의 공정은 90%를 넘고 있으니 4대강이 '국가 백년대계'라고 열을 올린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기양양해야 할 것인데, 그런 기색이 별로 안 보인다. "홍수를 막고 물을 공급해서 '녹색 한국'을 창조한다"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4대강 사업이 '완공'을 앞두고 있으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얼굴에 희색이 돌아야 할 것 아닌가. 문제는 물론 4대강 사업 현장이 희희낙락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무턱대고 퍼낸 모래가 웅장한 모래 산자락을 이루어서 'MB 산맥'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탄생시켰고, 강물은 흙탕물이 되어 흘러내려 가고 있어서 다가오는 우기(雨期)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한 것이 요즘의 4대강 사정이다.

스카니아, 볼보 등 값비싼 외제 덤프트럭들이 누비고 다니며 부지런히 쌓아올린 'MB 산맥'에선 흙먼지가 풀풀 날리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모래흙이 흘러내리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내린 봄비에 남한강 이포보 시설이 휩쓸려 내려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천이 본류와 만나는 부분이 깎여 나가는 '역행침식(逆行浸蝕)'이다. 본류가 낮아진 탓에 지류의 물살이 사나워져서 제방이 무너지고 지류 바닥이 패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무너져 내린 흙모래가 본류로 흘러가 애써 준설해놓은 곳에 모래톱이 새로 생기는 웃지 못할 현상이 생기고 있다.

준설을 많이 한 낙동강 지류에서는 침식 현상이 특히 심각하다. 구미보 부근에 설치한 임시 물막이가 무너져 내리면서 토사로 취수 파이프가 파손되어 구미시에 수돗물이 닷새 동안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구미 시민들은 생고생을 했고, 이 때문인지 구미는 물론이고 대구와 경북 전역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다고 한다. 낙동강에는 보가 무려 8개나 건설되고 있어 대구과 부산에서도 단수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현실화된 셈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민생을 살피겠다고 난리를 치는 한나라당 쇄신파는 4대강 현장부터 살펴야 할 것이 아닌가. 경북·대구 등 낙동강 유역은 4·27 재·보선 후에 남은 한나라당의 마지막 보루여서 이곳이 흔들리면 한나라당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터인데도 한나라당은 4대강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한나라당 쇄신파, 4대강 열렬히 지지

수도권 주민들은 4대강에 부정적이다. 여주에 4대강 공사가 있기는 해도 그로 인해 수도권 주민의 식수가 위협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면 4대강을 지지했던 경북·대구 및 부산·경남 지역은 4대강 공사로 인한 현실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4대강에 가장 찬성한 지역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니 부메랑을 맞는 셈이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쇄신파도 4대강을 열렬히 지지했기 때문에 이들도 4대강에 대해선 친이계와 다를 바 없다. 사실 한나라당 의원의 90%는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그저 '4대강파'이고, 한나라당은 그저 '4대강당'인 것이다.

그런데 그 4대강이 '대재앙'이며 '기만'이고 '사기'임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4대강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기망했다는 점에서 유아교육 지원이나 반값 등록금 약속 같은 사탕발림으로 덮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내년 총선에 아직도 기대를 걸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바보야, 문제는 '4대강'이야."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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