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기업의 중소기업 약탈행위 정부가 방조"
안철수 카이스트(KAIST) 석좌교수가 9일 "대기업 발전이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믿음 아래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약탈 행위를 정부가 방조했다"면서 정부의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정부의 문제는 '좀비 경제'라고 힐난했다.
안 교수는 이날 국회사무처가 헌정기념관에서 연 '국회 AM아카데미' 강연에서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0.2%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전멸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안 교수는 "대통령, 대기업 총수들이 나와서 말하는 거대 담론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현행법 틀에서 현장에서 불법이 이뤄지는 것만 적발해도 불법 행위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 행하는 횡포도 큰 문제인데 정부에서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 연장선에서 '징벌적 배상제'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사회 신뢰 범주에서 (대기업 횡포에) 너무 관대하다. 감시효과를 강화해야 한다"며 "징벌적 배상제 없이는 작은 정부도 유지를 못하고, 큰 정부도 감시를 못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안 교수는 현 경제상황을 '좀비 경제'라고 냉혹하게 평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10개 기업 중에서 망하는 한 개 기업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가격)덤핑을 한다.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가격 구조가 다 깨져 잘나가던 9개 기업도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좀비가 하나 탄생하면 나머지 건강한 사람들을 물어서 전체가 좀비가 되는 것처럼 건실한 산업구조를 하나의 부실 기업이 다 망가뜨리는 현상"이라고 비유했다.
안 교수는 그 처방으로 "10여년 전에는 이를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놓쳤다. 국지적으로 건드릴 게 아니라 이제는 전체적인 이해관계를 정부가 조율하는 역할이 유일하게 남은 대안"이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벤처·중소기업이 육성되지 못하는 이유로 "투명하게 운영할수록 프리미엄이 아니라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문화" "혼자서 결정하는 독단적 CEO 리더십"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문화" 등을 꼽았다.
강연회에는 안 교수의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듯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정두언 의원, 박영아 의원 등 참석자들이 헌정기념관 2층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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