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Out] IB스포츠 이희진 대표 "연아 다음은.. 연재"

입력 2010. 3. 18. 17:43 수정 2010. 3. 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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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간 주식시장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은 회사가 있다. '김연아 테마주'로 꼽혔던 IB스포츠. 김연아 선수의 매니지먼트사(기획사)로 유명세를 누린 이 회사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마케팅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김연아 드라마'의 제작사라고 할 IB스포츠 이희진(45) 대표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연아 선수의 성공을 얘기할 때,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IB스포츠의 역할을 꼽는 이들이 많더군요.

"저도 연아가 이렇게 성장할 줄 몰랐어요. 2006년 10월 회사를 상장시키면서 사회공헌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연아 얘기를 듣게 된 거예요. 캐나다로 가서 오서 코치를 붙이고 훈련해야 하는데 비용을 집에서 댈 수 없는 형편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3년간 매년 5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거죠."

-그 일을 계기로 김연아 선수가 IB스포츠로 소속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나서 성적이 갑자기 좋아집니다.

"맞아요. 그해 12월부터 연아 성적이 무지 좋아진 거예요. IB스포츠가 한 일이라고는 훈련비 대주고 전담팀 만들어서 사람 보내고 그런 것 정도였는데."

-그럼 다른 이유가 있겠네요.

"오서 코치 얘기를 많이들 하는데 연아 어머니가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은 사실 따로 있어요."

-누구죠?

"한 사람은 데이비드 윌슨이라고 안무가예요. 연아 어머니는 윌슨을 아주 높게 평가해요. 연아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연아 속에 내재된 것을 다 끌어낸 이가 윌슨이라고. 연아도 생각하지 못했던 동작들, 채점자가 감탄하는 동작들, 모두 윌슨이 만들어낸 것이에요. 연아의 성장에는 윌슨의 상상력과 친화력, 그리고 음악과 연아를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안무가 있었던 거죠. 또 한 사람이 있는데, 물리치료사 송재형씨예요. 지금 2년 반째 (캐나다) 토론토에서 연아와 같이 살고 있어요."

-물리치료사가 큰 역할을 했다니 좀 의외인데요.

"피겨 시즌은 보통 9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이어지는데 연아는 12월까지는 잘하다가 1월부터 급격히 무너지곤 했어요. 체력이 안 돼서 그랬던 거죠. 연아의 체력을 책임져준 이가 바로 송씨예요. 연습으로 몸이 휘는 걸 매일매일 잡아주곤 했죠. 어머니는 연아의 퍼포먼스가 좋아진 게 송씨 덕이라고 해요. 몸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예전 같으면 12월 말이면 아무것도 못했는데 이번 동계올림픽 때는 몸이 너무 좋았잖아요."

-송씨는 IB스포츠 직원인가요?

"아니요. 우리가 소개를 해준 거죠. 오서, 윌슨, 송씨는 다 어머니가 고용한 거예요. 연아 어머니는 송씨가 하는 걸 보고 우리한테 '이런 사람을 왜 이제야 데려왔느냐'고 할 정도예요. 그만큼 송씨에게 고마워하고 있어요."

-김연아 선수와의 계약이 4월에 만료되죠?

"4월 말까지 계약돼 있어요. 연락이 없으면 1년 자동연장 되는 거고. 연아 어머니는 아직 다른 곳(기획사)과 얘기한 적은 없다고 하셨는데 아마 그 말이 맞을 거예요." -김연아 선수 진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연아의 진로를 두고 말들이 많은데, 연아가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나갈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쪽으로 나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연아도 잘 알아요. 그쪽에 대한 꿈도 없었고요."

-진로와 관련해 김연아 선수가 아무 얘기도 안 하나요?

"솔직히 연아도 자신이 이렇게 성장할 줄 몰랐어요. 3년 전만 해도 암흑이었는데 지금은 세계신기록을 세웠으니까. 연아도 다음 그림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없을 거예요. 밴쿠버(동계올림픽)만 보고 왔고 밴쿠버에서 모든 게 다 이뤄졌으니까. 연아가 '좀 쉬면서 생각할 테니까 시간을 주세요' 그렇게 얘기했잖아요. 그게 솔직한 얘기예요."

-언제쯤 진로가 결정될까요?

"연아는 자기가 의지를 갖고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새로운 의지를 이제부터 세워나가는 단계고요.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겠죠. 선수로서의 진로, 여자로서의 삶, 못한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쉴 거냐 계속 갈 거냐, 그건 연아만이 결정해요. 아무도 몰라요. 22일 개막하는 (이탈리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 연아가 가는데 통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안 나가는 대회예요. 그런데 이게 100주년 기념이고 국제빙상연맹 요청도 있어 가긴 가요. 그것도 대회니까 그것 끝날 때까지는 거기에만 집중할 거예요. 아마도 미래에 대한 연아 자신의 얘기는 그 대회 끝나고 시작될 거 같아요."

-어머님 생각도 궁금합니다.

"지금 연아 몸 상태가 너무 좋아요. 그래서 어머님도 좀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몸이 안 좋으면 쉬게 하려고 했는데 지금 이렇게 몸이 좋으니까. 이 정도라면 4년 더 선수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머니 입장에서는 딸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는 거죠. 그동안 연아가 얼마나 절제된 삶을 살아왔어요? 그 고통을 아니까 이래라저래라 먼저 얘기를 못하는 거죠. 엄마가 결정 못하고 딸이 해야 할 거예요. 연아는 요즘 기존 광고주와의 계약을 6개월씩 연장하고 있어요. 1년 계약했다가 중간에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광고주들에게 미안하니까. 연아가 마음이 서야 연장계약이 가능한 거죠."

이 대표 인터뷰는 어렵게 성사됐다.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인터뷰 신청을 했지만 매번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인터뷰를 거의 안 하시던데 이유가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작은 회사인데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네요. 제가 인터뷰 기피증도 좀 있고."

-이번에는 인터뷰에 응하신 걸 보니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 좀 있습니다. 이제 스포츠 쪽에서도 한류가 일어나야 하지 않나, 그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 문화를 계속 들여왔는데, 10년 전부터는 거꾸로 영화 드라마 가요 등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가 해외로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이 흐름에 스포츠도 합류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지난해 12월 이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통령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 초청돼 5분간 연설할 기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꺼낸 이야기도 스포츠한류였다고 한다.

-스포츠한류를 시작할 조건이 무르익었다고 보시는 거죠?

"스포츠 산업이라고 할 때, 2년 전만 해도 용품산업과 시설산업, 이 두 가지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마케팅도 산업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IB스포츠라는 회사가 1년에 700억원씩 매출을 올리고 50억∼60억원 수익을 낼 정도로 국내에도 스포츠 인프라가 깔렸어요. 또 스포츠 산업은 스타에 크게 의존하는데 한국도 이미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포츠 채널이 늘면서 방송도 경쟁력이 생겼고. 게다가 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중국이나 아시아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호기죠."

-스포츠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세계 시장을 보면 영화나 음악, 드라마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다 합쳐도 스포츠 산업을 못 따라옵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권 가격, 골프대회 상금 규모는 계속 올라갑니다. 비즈니스가 된다는 거죠. 스포츠 시장이 이렇게 큰데도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는 여전히 산업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시장으로만 머물 뿐 세계적인 스포츠 상품을 만들어 외국에 내다팔 생각을 못하고 있는 거죠."

-세계를 상대로 한 스포츠 상품을 한국에서 만들 수 있을까요? 가능성을 어디에서 보고 있습니까?

"연아야말로 스포츠한류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어요. 연아를 통해 전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을 모을 수 있어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일본 도쿄,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아이스쇼를 가질 수 있고, 그 무대에 한국의 신인 스케이터들을 데뷔시킬 수도 있죠. 국내 아이스쇼 매출액이 한 번에 40억원 정도 됩니다. 투어를 만들어서 세계를 돈다고 할 경우, 글로벌 기업들이 스폰서로 붙고 TV 방송을 제작하고 입장권을 팔고 그러면 산업효과가 엄청난 거죠."

-피겨 외에 준비된 분야가 있다면?

"골프를 스포츠한류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좋은 여자 골퍼들이 많습니다. 2016년부터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서 앞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골프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아시아 쪽에서도 중국 인도 태국 같은 나라들은 골프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만 해도 골프장이 1000개, 2000개 더 생길 거라고 예상합니다. 골프장이 생기면 건설·금융·시설산업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골프아카데미나 골프대회, 골프선수 등도 같이 움직입니다. 골프 중계 기술도 따라가고. 한국이 좋은 선수를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그 파워를 이용해 중국에서 열리는 골프대회 운영권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아시아에서 메이저 골프대회가 열린다면 한국 방송사들이 가장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제작권을 따올 수도 있고."

-스포츠산업이 방송산업까지 견인할 수 있다는 대목도 흥미롭네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때의 양궁 방송을 보세요. 한국 방송사들이 하청 받아 제작하잖아요.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으니까 양궁 프로그램 제작도 한국이 제일 앞서 있는 거죠. 그래서 한국이 만든 양궁 프로그램을 세계인이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글로벌화 했는데 가장 미진한 부분이 스포츠와 방송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포츠나 방송은 아직도 내수시장만 갖고 싸우고 있습니다. 한국 스포츠 스타들과 한국의 자본, 마케팅 노하우, 방송 인력들이 같이 움직인다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스포츠마케팅에서는 스타를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아를 이을 차세대 스타로 누구를 주목하고 있습니까?

"리듬체조 쪽에 손연재라고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키우고 있어요. 2012년 런던올림픽을 보고 가는 중인데, 리듬체조 불모지에서 또 하나의 스타가 태어난다면 효과는 연아 못지않을 거라고 봐요. 손연재를 통해 2, 3년 안에 한국에 리듬체조 붐이 올 거라고 봐요."

현재 IB스포츠에는 기성용 정대세(축구), 추성훈(격투기), 박인비(골프), 김요한(배구) 등 20명의 스포츠 스타들이 소속돼 있다.

-스타를 키우고 그 스타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점에서 스포츠마케팅은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흡사해 보입니다.

"비즈니스 구조 상 엔터테인먼트와 똑같습니다. 정부도 한류를 키웠듯 스포츠한류도 지원해야 합니다. 문체부는 그동안 문화와 관광은 중시하면서 스포츠는 올림픽 금메달에만 신경 쓰는 정도였죠. 스포츠 산업화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이 없었던 겁니다. 다행히 올해 스포츠 모태펀드를 결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모태펀드는 수출보조금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게 한류의 힘이 됐던 겁니다."

-스포츠 중계권 얘기도 해보겠습니다. IB스포츠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중계권 판매이기도 합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빅 이벤트에서 방송사 중계권 갈등이 자주 벌어지는데, 피할 수 없는 건가요?

"경기 중계권은 그 자체로 상당히 중요한 콘텐츠가 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에 대한 연관효과도 굉장히 커요. 월드컵 중계권이 있다고 할 경우, '1박2일' 같은 오락 프로그램이 같이 움직일 수 있어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모든 방송사가 월드컵을 테마로 프로그램을 제작했잖아요. 단독중계가 되면 그 방송사만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다른 방송사 입장에선 그게 너무나 큰 문제가 되는 거죠. 또 뉴스에서도 취재가 안 되니까 뉴스 시청률이 그 기간에 확 죽어요."

-단독중계를 못하게 하고 공동중계를 하면 공평하지 않은가요?

"사기업은 늘 1등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방송 3사가 합의하면 항상 사기업(SBS)이 손해 보는 구조였어요. SBS는 결국 반칙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IB스포츠도 SBS와 중계권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내막이 궁금합니다.

"SBS가 요청해서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함께 따기로 하고 계약서 만들어 사인했어요. 그리고 SBS가 단독중계권을 따게끔 우리가 일을 만들어 온 거죠. 올림픽 중계권은 2014년(동계), 2016년(하계)까지 포함시켜서 장기 판권을 확보하도록 했고, 월드컵 중계권도 이번 것(남아공월드컵)만이 아니라 2014년(브라질월드컵)까지 계약을 끌어냈어요. 그건 SBS 힘으로 도저히 안 되는 일이었죠. 그런데 SBS가 애초에 우리에게 주기로 했던 방송 협찬이나 재판매 권한을 주지 않은 거죠. 방송중지 가처분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본격적으로 할 거예요."

오전 11시에 시작된 인터뷰는 점심도 거른 채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인터뷰 기피증이 있다는 이 대표는 일단 입을 열자 막힘없이 얘기했다. 그에게 '김연아 드라마'는 절정이 아니라 시작인 것처럼 보였다.

이 대표는

이희진 대표는 1965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후 KBS영상사업단(현 KBS미디어)에 입사, 영화와 스포츠 콘텐츠 수입 업무를 봤다. 97년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체인 IMG코리아 대표가 됐다. 2001년 스포츠마케팅 회사 SnE를 창립했으나 4년 만에 실패했다. 집을 팔아 부채를 갚았다. 2004년 한국인터불고그룹 지원을 받아 IB스포츠를 창립,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IB스포츠의 주요 사업은 방송 중계권 판매, 선수 매니지먼트, 마케팅 대행 등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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