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이사람]85세 문승룡 선원건설 회장

2005. 8. 17.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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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 임원이 아니라 현장소장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것이 하루하루 활기있게 살아가는 방법이랄 수 있습니다."

문승룡(85) 선원건설 회장은 회갑과 고희(古稀), 희수(喜壽)를 훌쩍 넘기고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고령에도 건설현장에서 지휘 감독을 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문 회장의 일주일 일과를 보면, 월요일 안산의 JC화학부터 시작해 화요일 선원건설 본사 근무, 수요일 아산 선문대 공사현장 감독, 목요일 청평 청소년수련원 공사현장 감독, 금요일에는 서울의 건설현장 감독으로 빡빡하게 이어진다.

특히 문 회장은 여느 건설회사 임원들과는 달리 운전사를 마다하고 손수 자가용을 모는 오너드라이버이다. 서울과 지방을 누비며 모든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그가 몰고 다니는 EF쏘나타 주행거리계에는 일주일마다 600㎞ 이상 달린 흔적이 남는다. 20대 청년도 하루 100㎞ 이상을 운전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회장의 체력은 나이를 초월하고 있는 셈이다.

"굳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젊은이들과 어울려 격의없이 지내고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에 부딪혀 나간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문 회장은 이렇게 부단한 노력으로 현장을 누비면서 우리나라 건설업의 고질적인 풍토와 관습을 선진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데 노력하고 있다.

"현장에 가서 잔소리를 하다 보면 건설기사들은 '저 영감이 뭘 알겠나' 하겠지만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반드시 지적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는 반드시 확인합니다. 건설판에서 있다 보니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문제가 많습니다. 건설업체 직원들이 하청업체나 협력업체들에 일거리를 다 주고서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대충대충 일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문 회장이 현장에서 지적하는 것은 '옥상의 기울기를 15도로 만들어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는 것'과 '소비자들의 편의를 감안한 전원과 전화선의 위치'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들이다. 그의 이런 수많은 지적을 통해 만들어진 건축물은 하자가 없음은 물론 미관에서도 다른 건축물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일성건설 사장 시절 문 회장이 수없이 지적하며 건설한 천안지역 아파트는 하자가 없는 아파트라는 소문이 나면서 청약 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감리만 잘 하면 최고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감리회사들이 대충 넘어가니까 부실하고 외관이 아름답지 않은 건축물이 우리 주위에 들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건축, 조경, 토목기술은 최고인데 왜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형편없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까. 이런 병폐를 고치려면 국정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감리 부실은 우리 건축업계의 관행으로 뿌리깊게 내려 있습니다. 아예 청와대에다 건설 감리단을 만들어 이런 부분을 시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문 회장은 통일산업 공장장과 한국티타늄 사장, 일성건설 사장, 일화 사장, 통일재단 부이사장을 거쳐 선원건설 회장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하고 근검절약하는 생활로 알려진 인물. 이런 생활이 몸에 밴 그는 외국을 다녀와서도 시차 적응 없이 곧바로 일정을 시작할 정도이다. 그의 이 같은 노력으로 5년 전부터 시작한 선원건설 경영도 본궤도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선원건설 회장으로서 할 일도 점점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에 나서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의 푸념 아닌 푸념으로부터 나이를 잊은 채 일하는 노익장의 기백이 전해져 왔다.

글·사진=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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