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남아共서 날아온 감사편지

입력 2013. 6. 22. 03:04 수정 2013. 6. 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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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큐! 한국 공군장교님들.. 후원 덕분에 대학생 됐어요"
空士 32 동기들 "6·25참전용사 돕자".. 후손 고교생 4명에게 장학금 지원

[동아일보]

공군사관학교 32기 동기생회의 장학금으로 최근 대학에 진학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레베카 주베르 씨(오른쪽)가 감사편지와 함께 공군 측에 보내온 사진. 액자 속 그림은 6·25전쟁 참전용사인 할아버지 조 주베르 씨(왼쪽)의 현역 시절 초상화. 공군 제공

"제 인생의 소중한 첫걸음을 잘 내디딜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군사관학교 32기 동기생회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고 있는 한 여대생에게서 이런 감사 편지를 받았다.

올해 남아공 프리토리아대에 입학해 교육학을 전공 중인 레베카 주베르 씨(19·여)가 그 편지의 주인공. 공사 32기 동기생회와 레베카 씨의 인연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공사 32기 동기생회는 공사 입학 30주년을 맞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170여 명의 동기생은 6·25전쟁 당시 전투병을 파병한 16개 참전국 가운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남아공과 터키 참전용사의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남아공의 한국전쟁 참전용사회와 터키 주재 한국 무관에게서 각각 2명의 고교생을 추천받았다.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한 조 주베르 씨(87)의 손녀인 레베카 씨가 포함됐다.

32기 동기생회는 레베카 씨 등 남아공 참전용사 후손 2명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3년간 매년 1600달러(약 185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터키 참전용사 후손 2명에게도 4년간 매년 1200달러의 장학금을 후원했다.

레베카 씨는 자필 편지와 e메일 등에서 "여러분의 도움과 축복으로 학업을 잘 마치고 훌륭한 대학에 진학했다"며 "역사와 영어를 전공해 교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고교에서 도자기를 제작하는 클럽 회장을 맡아 열심히 활동해 상을 받은 내용 등 보람찬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편지에 소개했다.

주베르 씨는 남아공 주재 한국 무관에게 "한국 공군의 장교들이 나에게 (6·25전쟁 참전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길 희망한다는 얘길 전해 듣고 정말 고마웠다"며 "6·25전쟁 참전은 최고의 명예이자 자부심"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60년 전 목숨 걸고 지켜 낸 한국이 훌륭한 민주주의를 이뤄 내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가슴 벅차다"고 덧붙였다.

6·25전쟁 때 1950년 9월∼1951년 5월, 1952년 5∼6월 두 차례에 걸쳐 참전한 주베르 씨는 175회나 출격한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였다. 1951년 5월 F-51D 머스탱 4기 편대를 이끌고 한강 이북 지역에서 미국 지상군과 교전하던 중공군을 격퇴하는 등 많은 전공을 세워 남아공 공군의 최고 영예인 '수훈비행십자훈장'도 두 번이나 받았다. 남아공은 6·25전쟁에 공군 843명(연인원)이 참전해 34명이 전사하고, 9명이 포로가 됐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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