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첨성대..' 만들며 배운 천문지식, 소설로 풀고 싶었다"

고영득 기자 2015. 12. 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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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 '디코드 다빈치' 펴낸 전 방송 PD 이용환씨'별자리 모양과 닮은 경주의 유적' 둘러싼 수수께끼 다뤄

2009년 12월 울산MBC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첨성대 별기(別記)>는 첨성대를 포함한 신라 유적들의 위치와 모양이 별자리와 일치한다는 내용으로 신선함을 던졌다. 이 다큐멘터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받았다. 제작자는 당시 PD였던 이용환씨(47)로, 그는 이듬해 회사를 그만뒀다.

최근 경향신문과 만난 이씨는 “50%의 사명감과 30%의 오기, 그리고 20%의 호기심 때문”이라고 사직서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첨성대 별기> 제작 과정에서 별자리에 매료돼 ‘천문도’ 연구에 천착해왔다. 이씨가 펴낸 자전적 소설 <디코드 다빈치>(디코드)는 그 결과물이다. 그는 “내가 공부한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소설이란 틀을 빌렸다”고 말했다.

소설 <디코드 다빈치>의 저자 이용환씨가 ‘천상열차분야지도’ 앞에 서 있다. 이용환씨 제공

<디코드 다빈치>는 경주에 있는 유적들이 국보 228호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 새겨진 별자리와 판박이임을 알게 된 PD가 역사 미스터리를 좇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이피디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수장으로 있던 시온수도회’가 보존한 ‘성배’라고 결론을 내린다. ‘디코드’는 코드화된 비밀을 푼다는 뜻으로, 이씨는 책에 다빈치의 작품과 천상열차분야지도 속 별자리의 사진을 실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하늘의 모습을 분야별로 펼쳐놓은 그림’이라는 뜻의 천문도로, 일부 학자는 원본의 제작연대를 고조선 시대로 본다. 이씨는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 3개의 ‘별자리 디자인’을 추출했다. 그의 말을 따르면 경주 대릉원과 주변의 신라 고분들, 월지(안압지) 안에 있는 세 개의 섬, 포석정과 첨성대가 별자리 모양과 일치한다. 이씨는 “경주는 하늘의 별자리를 그대로 표현한 도시”라고 말했다.

이씨의 호기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우연히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구도가 별자리와 유사한 것을 확인한 그는 3개의 별자리 디자인이 다빈치 작품 곳곳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3년 전 꿈에서 다빈치를 만나기도 했다는 이씨는 “산재한 이론을 한데 묶는 데에 다빈치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다빈치 작품뿐 아니라 별자리 모양을 띤 전 세계 유적과 기록물을 살펴보는 이유는 신라인 박제상이 쓴 것으로 전해지는 <부도지(符都誌)>에 있다. <부도지>는 <환단고기>처럼 정사(正史)의 테두리 밖에 있다.

“책을 보면 변란 후 동서남북으로 흩어졌던 부족들이 먼 훗날에 다시 만났을 때 같은 민족임을 확인하기 위해 갖고 있던 게 ‘천부(天符)’였습니다. 이는 새롭게 근본으로 돌아가 세계는 하나가 된다는 걸 알려주는 증표입니다. 천부가 뭘까요. ‘하늘 암호’, 즉 별자리입니다.”

이씨는 다큐 <첨성대 별기>를 제작할 때 <신의 지문> <신의 암호> 등을 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기자 출신 그레이엄 핸콕을 만났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본 핸콕은 “매우 아름다운 천문도다. 상형문자인 별자리를 파헤치면 한민족 역사의 미스터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씨는 ‘천문기호학회’(가칭) 같은 학술단체를 만들고, 핸콕과 함께 책을 내고 싶다는 꿈도 내비쳤다.

“우리 역사가 궁금합니까. 종교의 절대 진리를 찾고 있나요.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고개를 들어 ‘하늘 암호’를 보십시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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