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해보니 '늑대의 유혹'男은 환상.. 이젠 찌질남도 주인공 시킬 거예요"

입력 2014. 7. 15. 03:06 수정 2014. 7. 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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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소설 1세대 작가 귀여니, 본명 이윤세로 첫 에세이 펴내

[동아일보]

인터넷은 귀여니에게 부와 명성을 주는 동시에 악플과 안티 팬도 안겨줬다. 한동안 방황했다는 이윤세 씨는 "여행을 통해 순수하게 소설을 쓰던 시절의 여유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윤세, 아세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귀여니'라고 덧붙이면 '아하' 하며 고개를 끄떡인다. 그녀는 여전히 본명보다 필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윤세 씨(30·여)는 2000년대 초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인터넷 소설 1세대 작가.

그녀가 최근 라오스를 여행한 후 에세이 '어느 특별한 한 달, 라오스'(반디출판)를 냈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 씨를 만났다.

"지난해 9월 라오스로 떠나기 전까지 1년간 집(서울 논현동) 반경 5km 이상을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요. 만남도 기피하고, 집에서만 지내 고독감도 극에 달했죠. 그러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무작정 '떠나자'라고 결심했어요."

그녀의 칩거생활은 '그놈'과 연관이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 이야기가 아니다. 충북 제천여고 2학년인 2001년 '귀여니'란 필명으로 인터넷에 쓴 로맨스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가 큰 인기를 누렸다. 2003년 책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듬해엔 '그놈…'과 후속작 '늑대의 유혹'이 영화로 개봉됐다. 온 세상을 가진 듯했다.

"감당 못할 행운에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곧 게걸스럽게 그 행운을 누렸습니다. 계속 인기소설을 쓸 수 있다고 자만했죠."

일찍 맛본 성공은 삶을 억눌렀다. 일거수일투족이 악플의 표적이 됐다. 2004년 수시모집 특기자로 성균관대에 합격하자 특혜 시비가 일었고 2008년엔 성형 논란도 겪었다. 안티 팬은 급증했고 후속작은 과거처럼 화제가 되지 못했다.

"'뭔가 터뜨려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심했는데 뜻대로 안되자 점차 무기력해졌어요."

이 씨는 장르를 바꿔 판타지 소설 '팜피넬라'(2011년)를 발표했지만 세간의 평가는 냉정했다. 오래 준비한 드라마 극본마저 방송 편성이 무산되자 좌절감에 빠졌다. 자신의 이름이 검색어로 뜨면 한동안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라오스 여행은 힐링을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에세이는 한 달간 라오스 전역을 혼자 여행한 경험담을 특유의 발랄한 문체로 전달한다. 실명으로 처음 낸 책이다.

"라오스 보케오 숲에서 장 프랑수아라는 프랑스인을 만났어요. 번듯한 회사를 다니다 라오스에 와서 훼손 위기의 숲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게 했고, 나무 위 집에서 숲을 체험하는 '긴팔원숭이 체험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에요. '풍족한 삶을 버리고 왜 여기서 고생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어릴 때부터 나무 타는 것을 좋아했어. 나는 내 즐거움을 위해 살아'라고 말하더군요. 막힌 가슴이 뻥 뚫렸어요."

이 씨는 이제는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실제 연애를 해보니 '그놈은 멋있었다'의 지고지순한 나쁜 남자 지은성(송승헌)이나 '늑대의 유혹'의 차도남 태성이(강동원)는 현실에 없더군요. 환상이 깨져 예전 같은 로맨스 소설은 못 쓸 거 같아요. 이젠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여성이 공감하는 사랑 이야기를 쓸 겁니다. 갈수록 망가지는 찌질남도 주인공이 될 거고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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