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박지만씨 회사 전화번호도..
손석희 앵커와 특종 경쟁을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목요일(11월7일) 사회팀의 첫 보고가 올라왔다. "국정원이 발주한 동영상을 납품한 사람과 접촉했는데, '7452부대' 명의로 돈이 입금된 자료가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7452부대라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김하영 직원의 개인 변호사비를 댄 곳이다. 만약 7452부대가 국정원으로 확인되면 "국정원 댓글 작업은 직원 개인 차원의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던 국정원의 해명이 거짓이 된다. 직원 개인의 송사에 국정원이 세금으로 변호사비를 대는 꼴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보고가 올라왔다. "제보자가 만들어 국정원에 납품한 동영상과 대선 개입 논란을 일으킨 보훈처의 안보 교육용 DVD가 유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사회팀이 이미 보훈처 DVD를 다 확보하고 있던 터라 당장 비교가 가능했다. 대박이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국감에서 "DVD 출처를 밝힐 수 없다"라고 말해 빈축을 샀는데, 그 출처가 국정원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JTBC < 9시 뉴스 > 에 '7452부대' 얘기가 톱으로 나왔다. 제보자가 JTBC에도 '7452부대' 얘기를 한 것이다. 뒤통수를 한 대 맞았지만, 다행히 보훈처 동영상과의 유사성은 우리 기자들이 먼저 포착해 동영상 편집까지 끝내놓은 터라 다음 날(11월8일) 온라인에 단독 보도를 올렸다. 이 때문에 이날 JTBC는 예고에서는 '단독'이라고 자막을 올린 보훈처 동영상 뉴스를 6번, 7번 꼭지로 다루는 데 그쳤다.
이번 취재로 국정원의 해명은 점점 더 설득력을 잃는 모양새다. 게다가 지난 한 주 정부는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일을 연속해서 저질렀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참고인인데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반면, 피고발인인 김무성·서상기·정문헌 등 새누리당 의원은 서면조사 방침이 나와 반발을 샀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이미 서면조사서를 보내놓고도 '아직 조사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이 들통 나 불신을 자초했다.
통진당·전공노·전교조·문재인 등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섰던 이들이나 이석채·정준양 등 여태껏 버티던 전 정권 인사들은 예외 없이 망신과 보복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더 살 떨리는 대목은 국정원이 위장을 위해 쓴다는 부대 이름이다. 7452부대는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7·4 남북공동성명을 위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극비리에 북한에 들어간 날이 5월2일인 데서 유래했다고 하고, 5163부대는 5·16 쿠데타 때 박정희 소장이 새벽 3시에 한강철교를 넘었다는 데서 숫자만 따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가 대표인 EG의 서울사무소 대표전화도 0516이었던 게 떠오른다. 이런 대한민국에 우리가 살고 있다.
이숙이 편집국장 / sook@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 시사IN 구독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