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잠입한 유경호텔은 시멘트동굴 같았다”

동아일보

[동아일보]

"우리 기자가 목숨 걸고 유경호텔 안에 잠입한 최초의 외국인이 됐습니다."

최근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가 몰래 유경호텔에까지 잠입해 내부를 둘러본 영국 데일리메일 사이먼 패리 기자의 '모험담'이 눈길을 끌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호텔 내부에 들어갔던 패리 기자가 총을 든 북한 군인에게 쫓겨나기까지의 과정을 8일 자세히 전했다.

언론인의 방문은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패리 기자는 사업가로 위장해 4일간의 관광 비자를 받았다. 가이드인 '정 동무'에게 유경호텔 관광을 요청했지만 멀리서 구경시켜줄 뿐이었다. 패리 기자는 절대 호텔을 벗어나지 말라는 정 동무의 경고를 무시하고 조깅하는 척하면서 오전 5시 45분 숙소인 양각도호텔을 '탈출'했다.





사이먼 패리 기자의 평양 유경호텔 잠입기를 상세히 소개한 영국 데일리메일의 온라인판 기사. 패리 기자는 여권 없이 혼자 시내를 다니면 체포될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혼자 유경호텔 내부에 잠입했다. 데일리메일 온라인판 캡처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평양 거리에서 그가 마주친 평양 주민들은 석탄과 땔나무가 든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었다. 그는 30분 이상 달려 유경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의 관심사는 몇 년 전 '가장 흉물스러운 세계 10대 건축물' 1위에 꼽혔다가 최근 1억1100만 파운드(약 1927억 원)짜리 유리외관 공사를 마친 유경호텔의 내부 모습이었다.

패리 기자는 진입도로에 있는 3개의 단속 초소와 군인들 사이를 쏜살같이 달려 무사히 호텔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그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내부에서 패리 기자가 본 것은 시멘트벽과 공사하느라 여기저기 방치된 자재 전선뿐이었다. 그는 무슨 용도의 방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시멘트 동굴 같은 미로를 한참 헤맸다. '서방인 최초의 호텔 방문'은 약 5m 앞에 자동소총을 든 북한군 병사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끝났다. 병사의 손이 총에 가는 순간 두 손을 올리고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인 패리 기자는 뒤로 돌아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다행히 추격은 없었다.

그가 양각도호텔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날이 밝아 거리에 출근행렬이 이어질 때였다. 어떤 아이들은 혼자 거리를 뛰어가는 외국인이 신기했는지 수백 m를 따라오기도 했다. 총을 메고 지나가던 군인 30여 명도 멍하니 바라만 볼 뿐 제지하진 않았다.

그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화가 난 정 동무가 나타났다. 패리 기자를 한쪽으로 끌고 간 정 동무는 "오늘 아침 카메라를 들고 호텔을 나선 것을 확인했다"며 다른 동료들과 함께 카메라를 뺏어 하나하나 확인했다. 패리 기자는 호텔 주변을 돌았을 뿐 사진을 찍지 않았다고 설명해 가이드를 납득시켰다.

이후 패리 기자는 비무장지대와 묘향산 등 다른 관광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패리 기자는 음악 감상용 아이팟 하나가 신의주 세관을 통과하는 데 몇 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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