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여동생, 42년 병상 지킨 가족사랑

동아일보

[동아일보]

"엄마,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딸 에드워다)

"물론이지. 절대 네 곁을 떠나지 않을게. 약속할게. 약속은 약속이야."(어머니 케이)

1970년 1월 3일 미국 마이애미 병원에 급송된 에드워다 오바라 양이 의식을 잃기 전 어머니는 딸과 굳게 약속했다. 소아과 의사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17세 여고생은 당뇨병 관리를 위해 복용한 인슐린 약의 부작용 때문에 쓰러졌다. 에드워다 양의 가족은 42년 동안 있는 힘을 다해 그녀를 보살피며 약속을 지켜냈다.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딸 에드워다의 얼굴에 어머니 케이 오바라 씨가 입을 맞추고 있다. 어머니와 딸 모두 어느덧 머리가 하얗게 세어 얼마나 오랜 세월 모녀가 병상에서 싸웠는지를 보여준다(위쪽). 어머니가 2008년 사망한 뒤에는 여동생 콜린 씨도 어머니 못지않게 언니를 보살펴 이들의 가족 사랑이 미국인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마이애미헤럴드 홈페이지





식물인간 되기 전 에드워다 양

마이애미헤럴드는 가족의 극진한 간호 속에 사상 최장기 혼수상태 기록을 세우며 42년 동안 생명을 유지해온 에드워다 씨가 추수감사절 전날인 21일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23일 보도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장기 입원시키라는 의사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집으로 데려왔다. 병원에 두면 딸을 곁에서 지켜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부모는 책을 읽어주고 음악을 들려주며 의식을 잃은 딸과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가 1976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는 아예 딸의 방에서 잠자고 생활하며 24시간 간호했다. 딸에게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시간마다 몸을 뒤집고 튜브로 음식물을 넣어줬다. 4시간마다 인슐린 주사를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머니는 쪽잠을 자며 한 번에 1시간 반 이상 눈을 붙인 적이 없었지만 딸을 간호하는 것은 부담이 아니라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에게 "삶은 기적"이라며 "딸이 살아있는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딸을 간호한 지 38년 만인 2008년 3월 7일 딸의 침대 곁에서 잠자다가 세상을 떠났다. 금발 머리는 하얗게 변하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지만 평생 딸을 돌보다 숨을 거둔 어머니의 모습은 평화로웠다고 에드워다 씨의 여동생 콜린 씨는 전했다.

어머니 케이 씨의 헌신에 감동받은 자기계발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 박사는 2001년 '약속은 약속이야: 어머니의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와 그 교훈'이라는 책을 펴냈다. 2004년 '축복받은 나의 아이'라는 노래도 나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여동생 콜린 씨가 언니를 지켰다. 콜린 씨는 말 조련사 직업을 그만두고 간호에 전념했다. 그는 "언니를 돌보는 것은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검은색에서 백발로 변한 언니의 머리를 아침마다 땋아줬다"고 말했다.

콜린 씨는 21일 언니를 목욕시킨 후 "잠깐 커피를 타러 부엌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언니는 이 말을 알아들었는지 환하게 웃는 듯했다. 커피를 타서 돌아왔을 때 언니는 숨을 거둔 후였다. 4년 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언니의 마지막 모습도 평화로웠다.

콜린 씨는 "언니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나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줬다"며 "언니를 돌보며 조건 없는 사랑과 인내가 무엇인지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언니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어머니는 '이제 됐다. 가자'라고 말했을 것"이라며 "언니와 어머니는 지금 천국에서 만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린 씨가 22일 웹사이트(edwardaobara.com)와 페이스북을 통해 언니의 사망 소식을 알린 후 에드워다 씨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의 헌신적 간호를 기리는 글들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줄을 잇고 있다.

에드워다 씨 간호 때문에 많은 빚을 지게 된 가족은 조화(弔花) 대신 소정의 장례식 비용을 에드워다 오바라 재단에 기부해 달라고 부탁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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