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1004' 이끄는 손광운 변호사

2006. 2. 21. 19: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자의 집' '김미화의 집' '조형기의 집' '엄홍길의 집' '이수영(경총 회장)의 집'…. 그곳에 가면 낯익은 우리들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450채에 새겨진 한글 이름. 10년이 흐르고 100년이 흘러 한국의 자식들이 그곳을 가도 그 이름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이다.

-'위시스쿨' 프로젝트도 추진-

파키스탄 해발 2,300m 고산지대 나와자바드 지역에 새로 생긴 디올리 코리아 빌리지(Deoli Korea Village). 지난해 10월 대지진의 재앙으로 폐허가 된 곳 중 하나다.

민변 창립멤버로 그동안 외국인 인권운동과 환경운동에 앞장서온 손광운 변호사(45). 그가 이번엔 '파키스탄 1004 프로젝트'를 이끌며 '천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1004'란 사회 리더들이 주체가 돼 1인당 1백만원씩 성금을 모아 둥지를 잃어버린 지구 반대편 이웃들에게 1,004채의 살 곳을 만들어 주자는 캠페인이다. '1004'는 숫자이기도 하지만 천사(Angel)를 뜻하는 상징적 의미. 당초 목표치인 1,004채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450채의 집은 그곳 7,000명 이재민이 겨울을 무사히 나게 했다. 450채에는 1백만원씩 성금을 낸 기부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손변호사는 '파키스탄 1004 프로젝트'를 '사랑의 리더십 운동'이라 명명한다. 주체가 일반 서민이 아니라 '오블리주'를 느껴야 하는 '노블레스', 사회 지도층이라서다.

"한국 리더들은 이제 내국인만 상대하는 리더가 아닙니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수출이 세계에서 손꼽는 위치에 있는 한국 리더들의 이웃 사랑은 도대체 몇 위에 랭크되어 있을까요. 이제 세계가 무대인 한국 리더들은 형님의 나라답게 인연없는 가난한 이웃에게도 사랑을 베풀어 줘야 할 때입니다."

그의 사랑의 리더십 이론은 설득력이 있다. 한국이 통일할 때, 한국의 자식들이 넓은 세계로 나갈 때 누가 도와주겠는가. 결국 그 혜택은 우리의 자식들, 국가 전체에 돌아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거야말로 고급 비즈니스지요. 문화와 사랑이 먼저 가고, 비즈니스가 가는 겁니다." 실제 1997년 터키 이즈미르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한국 시민들의 원조금을 받은 터키에선 '코리아 열풍'이 불었다. 그들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칭했고, 터키 공무원들은 자가용을 모두 현대차로 바꾸기도 했다.

손변호사가 바깥의 헐벗은 이웃에게 눈을 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터키 지진 때부터다. 6·25때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인을 파견한 그들에게 정부가 지원한 금액은 달랑 7만달러. 이것이 아쉽고 부끄러워 그는 '터키의 아픔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발족하고 한달 만에 23억원을 모아 터키에 보냈다.

-"헐벗은 이웃 우리가 도와야"-

이번 파키스탄의 재앙은 차원이 달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반부패국민연대의 김거성 목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시 한번 우리가 나서야 할 때"라고. 1주일 만에 뜻맞는 사람들과 준비 모임을 갖고 11월 초 박정자(연극인), 조형기(탤런트), 임동창(피아니스트), 강맑실(사계절 출판사 사장)씨 등 30명의 이름으로 '파키스탄 1004'를 출범시켰다.

그는 파키스탄을 4차례나 오가며 6시간 걸려 이슬라마바드에서 지붕재료, 못, 자재를 싣고 오는 등 서둘렀다. 한국 돈 100원을 투자하면 1만원의 효과가 나는 곳이니 만큼 마음이 바빴다. 자신이 움직이는 만큼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으니까. 봄이 오면 그는 또 파키스탄으로 떠난다. 이번 프로젝트 이름은 '위시 스쿨 프로젝트(Wish School Project)'. 이번에는 학교를 세우는 일이다. 그가 학교를 짓는 이유는 집짓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파키스탄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파키스탄 리더로 성장한다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까. 손변호사는 그래서 1~2년 내에 1백만달러의 '위시 스쿨 파운데이션'을 조성해 세계 어려운 지역에 학교를 세우는 꿈을 갖고 있다. 오는 3월 벌써 2곳에 '코리아'의 이름이 걸린다.

〈글 심희정·사진 남호진기자〉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