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목회자' 처리도 미적지근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2011. 1. 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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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있는 삼일교회는 신도 수가 2만여 명에 이르는 초대형 교회이다. 지난 2009년 11월 이 교회 전병욱 담임목사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30대 초반의 여신도를 성추행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 사건은 지난해 9월17일 한 기독교계 언론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성추행 의혹을 받던 '스타 목회자' 전병욱 목사가 지난 1월1일 삼일교회 홈페이지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이 사건은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사건 당사자인 전목사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삼일교회 당회(목사와 장로 등으로 구성된 최고 의사 결정 기구)는 사표 수리 대신에 '설교 중지 3개월, 수찬 정지 6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삼일교회 노회(같은 지역 목사와 장로들이 모여 입법·사법 기구 역할을 하는 기관)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렸다.

교회는 사건의 파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철저하게 입단속을 했다. 교회 주보나 홈페이지 등에 전목사에 대한 징계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그나마 '징계'가 아닌 '안식년'으로 포장했다. 이에 대해 교계의 진보 단체와 언론들은 전목사의 담임목사직을 유지하고, 안식년 후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복귀 시나리오'라며 전목사의 사표 수리를 촉구했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근본 해결책은 못 돼

교회를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당회는 지난해 12월21일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 경위'를 발표했다. 당회원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여성 신도를 직접 만나 성추행 사실을 확인했으며, 피해 여성 신도에게 공식 사과했다는 것이 골자이다.

당회는 또 전목사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로써 약 4개월간에 걸친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삼일교회는 지난해 12월30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기구가 새로운 담임목사가 부임할 때까지 운영을 맡기로 했다. 삼일교회측은 "비대위는 교회의 안정과 당면한 사역을 효과적으로 감당하며, 새로운 담임목사가 청빙될 때까지만 존재하는 임시 기구이다"라고 밝혔다.

삼일교회는 또 사건 이후 몇 가지를 개선했다. 우선 담임목사 집무실에 있던 침대를 치웠다. '안마 금지령'도 내렸다. 전목사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성도들을 불러다가 어깨를 주무르라고 시키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이를 없앴다고 한다. 담임목사의 방에 CCTV를 달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 사건이 터진 이후 교계 일각에서는 삼일교회 신도 이탈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눈에 띌 만한 이탈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삼일교회가 전목사의 사표를 받아들이고 전목사가 교회를 완전히 떠났다는 것은 합당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만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담임목사는 어떻게 하든지 별 문제없이 컴백하려고 모색했고, 교회측도 가급적 교회에서 내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향후 전목사의 복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목사들의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앞으로도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락인 / freedom@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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