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인들은 경기불황에 장난감을 갖고 노는 걸까?

2012. 11. 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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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직장인 A(31) 씨. A 씨는 최근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레고 블럭' 갖고 놀기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 여지 없이 책상 밑에 있는 레고를 꺼내 든다.

레고를 하나씩 쌓고 있으면 최근 들어 심해지는 팀장의 실적 압박 등이 어느 새 잊혀진다고 A 씨는 말했다.

A 씨가 지난 3달 동안 레고 구입에 쓴 돈은 모두 200만원.

A 씨는 "계속 되는 술자리, 가중되는 업무 스트레스 등에 지치면 레고를 꺼내든다"며 "키트 하나를 사는데 10만~30만원이 들지만 블럭을 쌓고 있으면 어린시절 생각도 나고 직장생활도 잊여지고 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A 씨와 같이 장난감에 빠져 있는 성인들이 늘고 있다.

14일 대형 장난감 매장에 있는 서울 용산의 아이파크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5월 문을 연 장난감 매장은 꾸준히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매출의 대부분이 성인 매출이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려는 성인들의 발걸음도 있지만, 상당수가 본인을 위해 장난감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매장 관계자는 귀띔했다.

매장 관계자는 "매장이 처음 문을 연 후 30~40대 성인들의 구매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주요 고객은 성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성인들을 위한 장난감 모임도 많이 생겼다. '키덜트s', '키덜트 소굴' 등의 인터넷 동호회가 생겨 각종 구매기를 올리고 있다. 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건담, 피규어 등 성인들을 위한 장난감만 파는 코너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일 때 자신이 행복했다고 생각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욕구를 보여주는 이른바 '퇴행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순목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황에 받는 이런 저런 스트레스를 퇴행으로 풀려는 현상 중의 하나"라며 "장난감으로 구매하는 행위는 아무 걱정이 없었던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래도 성인이 되면 구매력이 증가한 후 어린 시절 갖고 싶었던 물건들을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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