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운영 따로..사고땐 혼선 불보듯

2012. 4. 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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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안전문제 도마에

"한치라도 실수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져"

책임소재 논의도 없어

"1510호, 본선까지 올라오세요. 4번 하선 개방." 대전조차장역 지역관제센터에서 염철훈 열차운용원이 마이크로 지시했다. 4번 철길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신호 담당이 관제 지시에 따른 것이다. 녹색등은 전속력으로 운행하라는 신호다. 1510호 열차가 모니터에 깜빡이는 빨간선으로 나타났다. 열차가 지나는 빨간색 구간(800m)은 인근 역의 열차운용원들이 다른 열차의 진입을 통제한다.

경부선이 호남선과 갈라서는 대전조차장역은 고속열차(KTX) 등 하루 430여편의 열차 운행을 통제한다. 곽연천 팀장은 "한치라도 실수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래서 관제는 10년 이상 경험이 있고 판단력·집중력이 뛰어난 베테랑들이 맡는다고 했다.

철도 관제는 3557㎞(고속철 368㎞ 포함)에 이르는 전국 모든 노선을 관할하는 대전 철도교통종합관제센터와 지역관제센터 5곳, 일선 역의 열차운용원들, 열차 기관사들이 '유기체'처럼 맞물려 작동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열차 운행 때는 물론 사고·고장 때도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정부는 고속철 민영화와 함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가지고 있는 관제권을 철도시설공단으로 넘기고, 코레일과 민간업자(제2고속철)에게는 열차 운영만 맡길 계획이다. 국토해양부는 '복수 사업자가 동일 선로를 이용하는 일본 등에서도 안전상 문제는 없으며, 항공을 봐도 많은 민간 항공사들이 공항 관제 시스템을 문제없이 이용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열차 관제와 운행이 분리될 경우, 정보 교환 및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사고·고장 때 혼선을 빚을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철도 관제사들은 "머리(관제센터)와 다리(열차)를 따로 떼어놓는 처사"라며 불안해한다. 민영 열차가 코레일과 함께 이용하는 철길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관제 및 시설 유지·보수자(철도시설공단)와 현장 열차 운영자들(코레일, 민간 고속철사업자) 사이에 일원화된 시스템 통제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항공 관제는 여객기의 공중 우회나 대기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닫힌 철길에서 이뤄지는 철도 관제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다.

잦은 고장·정지 등으로 '사고철'이란 별명을 얻은 것을 두고, 철도노조 등은 철도공사로 전환된 이후의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강행, 정비업무 외주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철도공사 쪽 관계자는 "첨단제어 시스템과 유지·보수 고도화 같은 대책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케이티엑스 광명역 탈선 사고 이후 정부 철도안전위원회 김수삼 위원장(한양대 명예교수)은 케이티엑스-산천 제작결함 개선 등과 함께, 오히려 참여정부 때 분리했던 '철도 건설(철도시설공단)과 운영(철도공사)의 통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의 2007년 12월 보고서는, 철도관제 업무의 이관에 앞선 선행 과제들로 관제사 수급 계획 정비, 교육훈련 예산 확보, 책임 경계를 명시한 법령 개정 등을 제시했다. 한 철도 전문가는 "관제와 운영을 분리하면, 관제 지휘·이행 책임을 어느 선에서 나눌지, 정보 공유를 어떻게 체계화할지 등 과제가 숱하다"며 "정부가 선행 과제를 이행하지 않은 채 민영화부터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박영률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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