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명문대 로스쿨생, 사는 집 평당 가격이..

최준호 2012. 4. 1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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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자녀가 더 좋은 로스쿨 갔다[탐사 기획] 전국 로스쿨생 5074명 분석해보니로스쿨 1·2·3기생 주거지·출신대학·전공 분석 .. 고비용 구조에 사라지는 '개천의 용'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3학년 김모(32)씨는 지난 겨울방학 때 비아그라 복제약 생동성 실험에 참여했다. 3일간 '실험용 인간'이 된 대가로 받은 돈은 40만원. 김씨는 "지난 2년간 5000만원 넘게 쓰는 바람에 저축이 바닥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입학 전 3년간 직장생활을 했던 나도 이런데 부모 도움 없이 로스쿨에 다닌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지난달 1451명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로스쿨 변호사'가 등장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새로운 법조인의 등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비싼 학비 문제로 법조계 진입장벽이 높아져 지방 출신 가난한 학생들, 이른바 '개천의 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이 같은 우려는 사실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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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생 5명 중 1명은 강남 사람=탐사팀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5개 로스쿨 1, 2, 3기생(2009~2011년 입학)의 거주지 정보(지난해 말 기준 5074명, 부산대·영남대 공개 거부, 아주대·연세대는 일부 학생 누락)를 확보했다. 분석 결과 전체 로스쿨생의 61.4%가 서울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조인스 인물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법조인 8115명(사법연수원 34기 이상) 중 서울 출신은 고작 18.7%다. 서울에 주소지를 둔 학생 중 부촌으로 알려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거주 비율은 27.2%에 달했다. 반면에 주택 가격이 낮은 금천(0.6%)·도봉(1.3%)·중랑(1.0%)구에는 수십 명 정도만 거주했다.

 전체 로스쿨생의 거주지 비율을 시·군·구별로 보면 관악구가 9.4%로 제일 높았다. 서울대와 고시촌이 위치한 지역적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서초(6.4%)·강남(6.0%)·송파(4.3%)·동대문(3.9%) 순으로 강남 3구 거주 비율은 16.7%였다. 2010년 말 기준 강남 3구의 인구 비중은 전체의 3.2%다. 서울을 제외한 시·군·구에서 1% 이상 로스쿨생을 배출한 곳은 경기도 성남(2.31%)·용인(1.54%) 등 6곳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대한변협 기획이사로 로스쿨 업무를 담당했던 임치용(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경제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세습되는, 희망이 사라진 시대의 우울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집값 높을수록 잘나가는 로스쿨 진학=경제력은 학생들의 로스쿨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본지가 KAIST 이원재(사회학) 교수에게 의뢰해 로스쿨생 거주지 정보와 조인스랜드의 전국 시·군·구별 주택 평당 매매가 정보를 결합해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에 살수록 선호도가 높은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최상위권으로 분류된 1그룹 로스쿨에 다니는 학생 중 23.2%가 부동산 가격이 상위 25%(3.3㎡당 2433만원 이상)에 속하는 서울 강남·서초구 등에 살았다. 이 비율은 2그룹 로스쿨에서는 17.9%로 떨어졌고 3, 4그룹에서는 9%대로 급감했다. 반면에 하위 25%(3.3㎡당 786만원 이하) 지역 거주자 비율은 1그룹에서는 13.8%였으나 3, 4그룹에서는 각각 44.0%와 40.0%로 높았다.

 이 같은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졌다. 고급 상관관계 분석 방법(로그리니어)을 이용한 결과 로스쿨 2기생은 부동산 가격이 한 단계 오를 때마다 1그룹 학교 학생일 확률이 6%, 2그룹 학교 학생일 확률이 110% 증가했다. 3기생은 부동산 가격이 한 단계 높을 때 1그룹일 확률이 35%, 2그룹일 확률은 51% 늘었다. 이 교수는 "부유할수록 더 좋은 로스쿨에 진학한다는 가설이 99.9%의 확률로 입증됐다"며 "1기생에선 덜했던 경제-학교 수준 사이의 상관관계가 2, 3기생이 될수록 명확해져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선호도는 해당 학교가 최근 사법시험에서 보여준 성과로 결정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41, 42기 사법연수생의 출신대학 정보(연간 평균)를 기준으로 4그룹으로 나눴다. 부동산 가격은 입학 직전 연도 주택 평당 매매가를 기준으로 4등급으로 나눴다. < 그래픽 참조 >

 ◆비싼 학비와 스펙 보는 면접이 진입장벽=지역은 편중됐지만 출신과 전공은 다양해졌다. 기존 법조인에서는 51.1%에 달했던 서울대 비율은 로스쿨에서는 22.7%로 줄었다. 대신 연세대(6.5%→14.8%), 한양대(1.9%→4.7%) 등의 비중이 높아졌다. 법학 전공자도 현직 법조인은 68.7%였으나 로스쿨생은 40.8%로 낮아졌다.

 신영미 메가로스쿨 신촌캠퍼스 원장은 "비법대 출신과 본교 학부 졸업생의 합격자 비율을 제한한 결과 대학과 전공은 많이 다양해졌다"며 "하지만 스펙과 경력을 보는 면접 반영 비율(10~40%)이 높아 생계와 학업을 병행해 온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불리한 데다 사립 기준 연 2000만원 정도인 등록금 부담도 만만치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내에서는 일본의 예비시험 제도 도입이 저소득층에 대한 로스쿨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학비 때문에 로스쿨에 못 가더라도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있게 자격을 부여하는 일종의 '검정고시'격인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 < deepjoongang.co.kr >

최준호.고성표.박민제.김보경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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