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여론,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얼마 전까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특히 트위터는 민주통합당의 안방이나 다름없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며 트위터에서 세를 결집했고 모바일 경선을 통해 트위터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총선과 대선에서도 트위터는 민주통합당의 든든한 언덕이 되어줄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민주통합당이 약진하는 사이 통합진보당은 횡보했다. 민주통합당의 등장과 모바일 경선에 가려 이들의 통합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지지율도 답보 상태였다. 합당 전 각 당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졌다. 트위터에서 100만 대군(유시민 40만, 이정희 20만, 노회찬 20만, 심상정 16만)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슈 주도력도 민주통합당에 떨어졌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안마당인 줄 알았던 트위터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미 FTA 협상 발효 중단 문제와 석패율제 그리고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문제 등이 이슈가 되면서 한명숙 대표에 대한 언팔(팔로잉을 해제하는 것) 운동과 김진표 원내대표에 대한 퇴진 운동이 일어나는 동시에 통합진보당 지지율을 높이자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과연 트위터 여론은 어떻게 변했을까? 트위터에서 어떤 이슈가 얼마나 크게 다뤄지고 얼마나 오래 다뤄졌는지, 그리고 이 이슈들 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셜 데이터 분석업체 트리움에 의뢰해 알아보았다.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대규모로 저장된 데이터 안에서 체계적이고 자동적으로 통계적 규칙이나 패턴을 찾아내는 기법)을 통해 분석한 트위터상 여론이 물론 전체 여론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정 정도 상관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가정하에 분석을 진행했다.
석패율제 언급과 한명숙 언팔 정비례
결과는 선명했다. 이슈 간 인과관계가 데이터를 통해 확연하게 나타났다. 1월30일부터 2월6일까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석패율제가 크게 문제가 되면서 한명숙 언팔 이슈가 부각되었다(위 그림 참조). 한명숙 언팔 이슈는 '혁신과통합 배제' '이화여대 3인방' 등 민주통합당 공심위가 문제되면서 재부각되었다. 이와 함께 통합진보당 지지율을 올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렇다. 위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1월31일 석패율제 이슈가 정점에 이르면서(4500여 회 언급) 2월1일과 2일 한명숙 언팔(3200여 회 언급)이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후 사흘 동안 한명숙 언팔 이슈가 잊히고 있었는데, 2월3일과 4일 민주통합당 공심위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3000여 회 언급) 다시 한명숙 언팔 이슈가 상승했다. 이때부터 민주통합당을 견제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2500여 회 언급).
각각의 이슈를 주도한 트위터러는 이렇다. 석패율제와 민주통합당 공심위 구성 문제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kennedian3)과 일반인 @mettayoon이 주도했다. 한명숙 대표 언팔 운동은 일반인 @yoji0802가 제안해 언론인 서영석씨(@du0280)와 시민운동가 백찬홍(@mindgood) 등이 확산시켰다. 통합진보당 지지율을 올려주자는 주장은 EBS 김진혁 PD(@madhyuk3) 등이 제안해 퍼져나갔다. 정치 이슈지만 전반적으로 비정치인이 이슈를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데이터 마이닝에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한·미 FTA 발효 정지 문제나 김진표 퇴진 등의 이슈를 분석했다면 역시 상관관계가 나타났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선거철에는 정치 관련 트윗도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 마이닝 기술이 여론 변화를 읽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슈와 연동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지지율 변화가 정말로 있었는지를 조사한 결과는 아직 없다. 따라서 이들 이슈가 당 지지율 변화까지 초래했다고는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데이터 마이닝 기술을 활용한 분석을 통해 밑바닥 정서가 변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뒤늦게 한명숙 대표 측도 이런 밑바닥 정서 변화를 감지했다. 화들짝 놀란 한 대표는 일단 1월26일 트윗을 올린 이후 10여 일 동안 겨울잠에 들어 있던 트위터 계정부터 깨웠다. 그리고 최초로 언팔 운동을 제안한 @yoji0802에게 "제가 요지경님의 트윗을 보고 팔로잉한 바로 다음 날 저에 대한 언팔 운동을 시작하셨더군요. 우연인지 인연인지….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말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알바를 동원하지 않았다는 것은 믿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멘션을 남겼다.
"민주통합당, 원래부터 취약했다"
트위터 덕을 가장 많이 보았던 민주통합당이 왜 이렇게 트위터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그것은 민주통합당이 그동안 멘토로 불리는 트위터 유력자들에게 업혀 성장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팔로어가 많고 영향력이 큰 이외수(120만)·공지영(36만)·조국(25만)·김용민(27만) 등이 정권 비판적인 트윗을 하면서 민주통합당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논쟁에는 대부분 관여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당사자들조차 여론 관리에 소홀했다. 한명숙 대표는 대표직 당선 이후 일상적인 안부만 남기고 거의 트윗을 올리지 않았다. 가장 팔로어 수가 많은 정봉주 전 의원(33만)은 감옥에 갇힌 상황이다. 민주통합당에 입당할 예정인 박원순 시장(38만)은 시정과 관련된 것 외에는 트위터에 올리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 문성근 최고위원(18만),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15만) 등이 의견을 올렸지만 주로 당 지도부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강력한 멘토단의 지원이 사라지자 전력의 열세가 확연히 드러났다. 트위터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와 석패율제 관련 설전을 벌였던 민주통합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정희 대표와 나의 팔로어 수가 10대1 정도 되었는데, 그냥 일방적으로 밟히는 느낌이었다. 이 대표가 멘션을 하면 나에게 악플이 쏟아졌다. 논쟁이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통합당이 SNS에서 요즘 난조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실상은 원래부터 취약하다는 것이 증명됐을 뿐이다. < 나는 꼼수다 > 열풍 등에 기대어 성장했을 뿐 민주통합당이 자기 뿌리를 키우지 못했다. 그래서 뒷심을 발휘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새누리당 김성훈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것을 (민주통합당이)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이 아직 선거를 치르지도 않았는데 이미 이긴 정당처럼 밥그릇 싸움만 벌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자만과 오만에 대한 보상이다."
뒤늦게 민주통합당도 트위터 민심의 이상기류를 파악하고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2월8일 한명숙 대표는 "원천 무효인 한·미 FTA 발효 저지를 위해 야 4당이 모였습니다. 미국 대사관을 방문해 발표 저지 서한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경찰이 길을 원천봉쇄하네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며 민주통합당의 변화를 알렸다. 과연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트위터는 민주통합당에 득이 될까 독이 될까?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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