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언제 와' 휴대전화 문자가 '나 맞고 있어요' 메시지 였다니.."

박천학기자 2011. 12. 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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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괴롭힘 자살' 대구 중학생 부모 인터뷰

"아들이 휴대전화로 '엄마 언제 와'라고 물었을 때가 학교 친구들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지난 20일 친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권모(14)군의 어머니 임모(48)씨는 아들의 휴대전화 문자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임씨는 "퇴근하기 전 아들이 휴대전화로 '엄마 언제 와요'라고 묻곤 한 것이 아들 친구들이 내가 퇴근하는 사이 아들을 괴롭히기 위해 시킨 것임을 알고 치가 떨렸다"고 말했다. 임씨는 주말 맞벌이 부부 교사로 임씨가 아들을 돌봐왔다.

이날 오후 권군 집에서 만난 부모는 3개월여 동안 친구들로부터 받은 300여통의 협박 문자메시지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했다. 권군 부모는 아들이 숨진 뒤 아들의 휴대전화에서 가족을 비롯한 모든 연락처와 문자메시지가 삭제되고 비밀번호도 해제된 것을 보고 그제야 의심했다.

권군은 자살하기 전 유서를 쓰면서 휴대전화도 정리했다. 임씨는 "아들이 올 2학기부터는 휴대전화를 비밀번호로 잠가두고 방 안에서 전화와 문자를 주고 받곤 해 사춘기 청소년의 비밀통화 정도로 여겼는데…"라고 또다시 울먹였다.

아버지 권모(48)씨는 "또 아들의 방을 정리하면서 그가 초등학교 때부터 모은 70만원이 5월달에는 한꺼번에 30만원이 인출되는 등 지난 3월부터 꾸준히 빠져나가서 20만원만 남아 있었고 MP4 플레이어와 옷 한 점이 없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어서 권씨는 "아들이 1주일에 1만원의 용돈이 부족하다며 집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청소 등을 마다하지 않은 것도 친구들의 협박 때문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권군이 유서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 2명 외에 추가로 1~2명이 더 연루됐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어머니 임씨로부터 서모(14)군 등 2명과 함께 친구 1, 2명이 함께 가끔씩 집에 들르는 것을 목격했다는 동네 주민들의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 다른 학생의 개입 여부도 조사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대구 =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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