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엄동설한에 잠 잘 곳이 없어요"

2011. 12. 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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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센터 모두 남성 전용…대부분 '한뎃잠'서울역 응급대피소도 이용 못해… 동사 우려

[세계일보]서울역 지하보도에서 생활하는 여성 노숙인 김모(40)씨. 최근 김씨는 하룻밤 묵을 작정으로 한 노숙인 상담보호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여성은 센터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날 김씨는 서울역 지하도의 시멘트 바닥에서 냉기에 오들오들 떨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날씨는 추운데 마땅히 잘 곳이 없어요."

김씨는 한숨만 토해냈다.

노숙인을 위한 지원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서울시의 선전과는 달리 여성 노숙인은 마땅히 갈 곳이 없다. 특히 서울시는 여성 노숙인이 얼마나 되는지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상담보호센터는 다시서기지원센터, 구세군브릿지센터, 만나샘, 햇살보금자리, 옹달샘 등 5곳이다. 상담보호센터는 노숙인이 장기간 거주하며 자활 방법을 배우는 쉼터와 달리 단기 숙박·응급구호 지원을 받는 곳이다. 노숙인 상담보호센터 5곳 모두 남성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성 노숙인의 숙박은 아예 불가능하다.

상담보호센터 5곳 중 2곳은 응급구호방으로, 시설이 열악한 임대 쪽방과 여인숙방이다. 여성 노숙인을 받아들이지만 최대 수용 인원은 10명 남짓한 수준이다. 남성 노숙인이 1일 최대 600명까지 상담보호센터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최근 서울역에 마련된 응급대피소도 남성 노숙인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문을 연 뒤 매일 100명 이상의 노숙인이 대피소를 찾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곳에서 잠을 잔 여성 노숙인은 단 한 명도 없다.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씨는 "갈 곳 없는 여성 노숙인은 결국 한뎃잠을 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여성 노숙인의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현재 여성 노숙인을 2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관련 단체에서는 여성 노숙인이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남성 노숙인 수가 많다보니 보호시설이 남성 위주로 운영된 면이 있다"며 "내년에 상담보호센터나 종합보호센터, 일시보호소 등 어떤 형태로든 여성 전용 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연직·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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