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北주민 의외로 냉정"..김일성 때와 분위기 왜 다를까?

조현아 2011. 12. 20. 14: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 이틀째인 20일에도 평양은 평온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1994년 북한 주민들이 대성통곡을 하며 추모 행렬을 보였던 김일성 사망 당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중앙방송(CCTV)과 AP 등 외신들은 김정일 사망에 대한 북한의 '특별방송' 이후 평양의 모습을 내보냈다. 김일성·정일 부자 초상화 앞에 헌화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울면서 슬퍼하는 장면 등이 전파를 탔다.

그러나 실제 북한의 내부 추모 분위기는 크게 고조되지 않고 있다는게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데일리NK에 따르면 함경북도 회령 소식통은 "마지못해 추모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고 김정일 사망 소식에 슬픔보다 나라의 운명과 전망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현 상황을 전했다.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북한 취재팀장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평양뿐만 아니라 방방곡곡 군중들이 많이 슬퍼하는 모습은 하나의 연출이라고 받아들여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시마루 팀장은 "카메라 앞에서 울지 않을 수 없는 게 지금 평양의 분위기"라면서 "생각 외로 일반사람들은 냉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북한의 추모 분위기가 김일성 사망 당시와 다른 이유를 2009년 말 화폐개혁 이후 경제난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주민들의 불신이 팽배해진 탓으로 보고 있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한과 교수는 "김일성 때에는 북한의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며 "그러나 김정일 지배 이후 경제난이 악화됐다. 북한 주민들이 중국 등 해외의 외부 사정을 잘 아는 것도 애도 행렬이 적은 것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도 "우선 김일성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추모를 '자발적 애도'로 본다면 김정일은 '비자발적'"이라며 "적어도 김일성은 주민들을 굶기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정일은 군사력 강화에만 신경을 썼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김정일 사망설'과 '건강악화설' 등이 나돌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받는 충격이 덜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 대표는 "최근 김정일이 몇 번 쓰러진 적이 있어 언젠가는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김일성 사망처럼 급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이 큰 충격에 빠지지는 않은 것"이라고 했다.

차분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김정일 사망 소식이 알려진 당일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온통 관련 소식들이 도배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달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들의 반응이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나 '사재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단 하루가 지난 20일에도 분위기는 잠잠하다. 일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김정일 사망 관련 루머들이 나돌고 있지만 파급력은 크지 않다. 김정일 사망 후를 다룬 만화 '스틸레인'이나 트위터에서 김정일의 명복을 빈 대형 커피전문점 등의 얘깃거리가 오히려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북한인권개선모임 김희태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북한에 대해 무서워하는 기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들의 반공 이데올로기 수준과 국제 관계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아져 전쟁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acho@newsis.com

<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