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한 달..아이들은 '코웃음'

김동호 2011. 12. 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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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정부가 진짜 순진한 것 같아요. 청소년들의 실태를 모르고 만든 거죠."

매일 밤 컴퓨터로 온라인 슈팅게임을 즐긴다는 중학교 2학년 전모(14)군은 '셧다운제' 얘기를 꺼내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심야 시간에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 20일로 꼭 한 달째를 맞았지만 학생들은 규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심야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100% 망한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이 19세 이상 등급이어서 애초부터 부모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해 둔 경우가 많은데다, 가장 인기가 많은 '스타크래프트'는 아예 규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

김모(14)군은 "친구들이랑 셧다운제에 대해서 얘기한 적도 없다. 어차피 모든 게임이 아빠꺼(주민번호)로 가입이 돼있다"며 코웃음을 쳤다.

송파구 가락동의 PC방 업주 한모(33)씨는 "처음부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태까지도 성인게임을 하는 청소년이 많았는데, 자정 넘어 하는 건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셧다운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행초기 나름 기대를 걸었던 학부모들은 불만이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모(45)씨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스타크래프트가 제외됐는데, 아이들이 제일 많이 하는 게임에 셧다운제 적용이 돼야하지 않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 김모(46)씨는 "휴대전화 인증 문자가 온 것을 보고 아이들이 내 주민번호를 도용한 것을 알았는데, 탈퇴하려고 해도 절차가 까다로워 잘 안됐다"며 인터넷 환경을 잘 알고 있는 청소년들에겐 셧다운제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셧다운제의 취지가 과연 옳은 것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모(15)군은 "집에 가면 11시가 다 되고 잠시 쉬려고 컴퓨터를 켜면 벌써 12시인데,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방법을 빼앗아 버린 셈이다. 공부는 자정 넘어서까지 시키면서 게임은 무조건 안 좋다며 막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역삼동의 한 중학교 2학년 교사 송모씨는 "놀 시간이 없는 학생들에게 유일하다 할 수 있는 놀이문화인 게임을 빼앗아 간 것이다. 당연히 다른 방법으로 게임을 할 것이고, 이를 대체할 수단을 찾을 것이다. 풍선효과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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