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배 판사 "때로는 침묵하는 게 불의의 편 서는 것일수도"

2011. 12. 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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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침묵이 가장 정치적이고 불의의 편에 서게 될 때도 있어요. (사법부의 침묵으로) 법원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고, 방어차원에서 법관이 의견을 내는 건 권리이자 의무일 때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비판글을 올려 법원 내 뜨거운 논란을 촉발시킨 최은배(45·사법연수원 22기·사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이번 논의가 사법부의 권한침해가 아니라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는 2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법관들이 의견표명을 할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을 이해해주고, 여론을 모으는 과정으로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법관이 의견을 내는 게 옳은가?

"너무 많은 정치적 사안이 자꾸 법원으로 오는 것 역시 법원으로서는 우려스러울 수 있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국민은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며 살아갈 거다. 사법부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거고 통상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공감이 안 된 상태에서 비준안이 처리됐으며 이로 인해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거다. 정부가 사회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느냐에 대해 사법부가 공감하지 못했고, (일부 법관이) 의견을 낸 것이다."

-삼권분립 차원에서 '사법자제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법자제론은 재판 진행 중에 별도의 사안을 다른 사람이 들고오면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다루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번 사안은 개별판사가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 사법자제론이 아니다. 삼권은 분립돼 있으니 사법부는 의견을 내지 마라고 한다면, 일반 시민들도 의견을 내는 상황에서, (사법부에) 조용히 따라오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법관의 사회적 발언은 어디까지가 한계인가?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무색투명 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교분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종교의 자유 자체를 금지하진 않듯이, 판사는 중립의무가 있기 때문에 의견표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 다만 저와 이해관계가 큰 문제가 오면 전 해당 재판을 '회피'해야 한다."

-비준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이번 논의가 어떤 의미가 있나?

"법적으로 유의미한 효력을 만드는 건 아니다. 다만 공직자가 우리 해당 업무분야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내놓고, 다른 사람에게 평가도 받아보고 하자는 것으로 결국 여론을 만들어가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신뢰를 언급한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의 신뢰는 판사들이 좋은 재판을 하는데 필요하며, 법관들은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유념하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게 때로는 가장 정치적이고 불의의 편에 서게 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관의 침묵으로 법원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고, 방어차원에서 메시지를 던지는 건 (법관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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